‘인스트럭터’ 한나한의 타격 교실, 선수들 소감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10.12 16: 44

낯선 광경이지만, 지도를 받는 선수들은 자연스러웠다. 12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메이저리그 베테랑 내야수 잭 한나한(35)의 타격 교실에 임한 LG 선수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일정상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특별히 훈련강도가 세거나, 훈련량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었다.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함께 유니폼을 입고 뛴 동료였던 만큼, 선수들 모두 한나한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한나한은 훈련에 앞서 마인드를 강조했다.

“주자가 3루, 혹은 2루에 있으면 타자는 결과를 내야한다는 생각에 압박을 느낀다. 그런데 그럴 필요 없다. 정말 큰 압박을 느끼는 것은 투수다. 타석에서 서기 전에 어떻게 쳐야할지 잘 계획하고 계획한대로 쳐라. 결과를 두려워하지 마라. 두려워하는 쪽은 투수다.”
이후 한나한은 조별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이곳에서 한나한은 선수들을 닉네임으로 부르고 있었다. 김용의는 '스파게티', 채은성은 '더블제로', 최승준은 '카브레라', 루이스 히메네스는 '루초'라 불렸다.
김용의는 “내가 스파게티처럼 얇고 길지 않나. 그래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고 웃으며 “그래도 그동안 여기서 웨이트에 집중하면서 몸무게를 많이 늘렸다. 목표는 85kg인데 77kg까지는 왔다. 마치 사육 당하듯, 먹는 음식량을 정해놓고 마구잡이로 먹는 중이다”고 말했다.
한나한은 선수들이 배트를 휘두르기에 앞서, 상황을 설정했다. 예를 들면 ‘주자 3루·상대 내야진 전진 상태’, ‘주자 3루·1아웃·유격수나 2루수 방향으로 내야 땅볼’ 등을 정해두며 계획된 타격을 강조했다.
훈련 후 이병규(7번)는 “한나한이 온다고 해서 기대가 많이 됐다. 우리 팀에서 좋은 타격을 하는 모습을 봤으니까. 어떻게 지도할지도 굉장히 궁금했다”며 “특별히 기술적으로 다른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멘탈을 정말 강조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한나한이 그랬다. 오늘 경기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도, 절대 마음에 담아두지 마라고. ‘준비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럼 내일 다시 준비 잘 해서 경기에 나가라’고 했다. 흔히 결과가 안 좋으면 더 훈련을 많이하고 무언가를 다르게 하라고 하는데, 한나한은 자신의 것을 유지하라고 한다. 이런 점이 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채은성 문선재 김재율은 이날 엑스트라조에 배정됐다. 원래 계획은 문선재 홀로 지도 받는 것이었지만, 인원이 늘었다. 각자 한나한과 나눈 이야기도 차이가 있었다. 채은성은 디딤발을 내려 놓았을 때 밸런스를, 문선재는 타격시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김재율은 히팅포인트에 대해 한나한과 의논했다.
문선재는 “시즌 중 투수들의 공에 따라가다 보니까 시선을 확실히 잡지 못하고 있었다. 워낙 공의 변화가 심한 투수들이 많으니까,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됐다”면서 “훈련내용에 차이가 큰 것은 아닌데 뭔가 귀에 들어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득점권에서 타자보다 투수가 더 두려워한다는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들었다. 오늘 많이 친 것은 아닌데 집중해서 더 열심히 쳤던 것 같다. 훈련 시간도 굉장히 빨리 갔다. 재미있다”고 웃었다.
한편 한나한은 코치로서 이상향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폴 몰리터”라고 답했다. 몰리터(59)는 한나한과 같은 미네소타 출신으로, 올해 미네소타 트윈스의 사령탑을 맡았다. 선수시절 3319안타를 기록한 강타자로, 은퇴 후 미네소타와 시애틀에서 코치로 활동하다가 감독이 됐다. 올 시즌 미네소타 트윈스는 83승 79패를 기록, 모두의 예상을 깨고 5할 승률 이상을 올렸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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