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홈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2연승을 거두고 목동으로 이동한다. 조상우와 손승락을 최대한 쓰게 만들고 2승을 챙겨 지금까지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미 1차전에서 대부분의 타자들을 출전시키며 실전 감각을 배양한 것도 수확 중 하나다. 대주자와 대수비까지 포함하면 출장하지 않은 타자는 데이빈슨 로메로와 최재훈이 전부다. 경기가 시종일관 접전으로 흘러 양의지를 쉽게 뺄 수 없었기에 최재훈은 나가기 어려웠다. 반면 로메로는 두산이 대타 작전을 활발하게 폈음에도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다.
사실 지난달 28일 수원 kt전을 끝으로 정규시즌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로메로의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6일부터 잠실에서 훈련을 실시한 두산 선수단 안에는 로메로가 있었다. 투수를 11명만 쓰기로 하면서 로메로는 처음부터 김태형 감독의 준플레이오프 구상에 있던 선수였다.

엔트리에 넣었다면 활용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이 거의 유일하다. 로메로는 이번 시즌 타율 2할5푼3리, 12홈런 50타점으로 성적이 준수하지 못했지만 목동에서 치른 5경기에서 타율 2할7푼3리(22타수 6안타), 3홈런 7타점으로 파워를 과시했다. 특히 한국에 온 뒤 3번째 경기였던 6월 7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멀티홈런을 터뜨린 좋은 기억도 가지고 있다.
또한 상대 선발이 좌완인 앤디 밴헤켄이라는 점도 로메로의 출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로메로는 정규시즌에서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이 2할4푼6리에 그쳤지만, 좌완을 만났을 때는 타율이 2할8푼3리였다. 밴헤켄 상대 기록도 타율 3할7푼5리(8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으로 뛰어났다.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해도 큰 타격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 역시 현 상황에서는 호재다. 지금까지의 타선 구성을 봤을 때 로메로가 들어가더라도 6~8번 타순에 위치할 확률이 높은 편이다. 때로 중, 하위타선에서 나오는 의외의 한 방은 경기 흐름을 단숨에 바꿀 힘도 갖는 반면 부담감은 중심타선에 비해 비교적 적다.
물론 선발 출장을 장담할 수는 없다. 한 해설위원은 "두산이 로메로 없이 경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다. 2연승을 한 상황에서 굳이 라인업을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지난 2경기의 승리는 마운드의 공이 더 컸다. 한 방이 필요한 목동에서는 파워를 갖춘 로메로가 중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태형 감독 역시 "목동에 가면 로메로를 쓸 수 있다"는 말로 기용할 여지를 남겼다.
기록보다는 타격 자질이 괜찮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입지가 줄어든 것은 불안한 수비력 때문인 탓도 있다. 그러면서 한정된 기회 속에 자신이 가진 공격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로메로가 터진다면 두산도 준플레이오프 승리 시 플레이오프에서 쓸 무기 하나 얻는 것이기에 적어도 한 타석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선발로 나간다면 뭔가 보여줄 기회는 더 늘어난다. 반면 3차전에서도 침묵한다면 투수가 한 명 추가될 플레이오프에서는 보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