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눈으로"...루나 열풍은 '덜어냄'의 미학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5.10.13 07: 44

'루나(LUNA)'의 돌풍은 결국 분명한 타깃층과 '덜어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44만 9900원이라는 '착한' 출고가와 애플의 아이폰 못지 않은 디자인, 걸그룹 AOA 멤버 설현이 광고하는 스마트폰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 폰 '루나'.
이 '루나'를 제작한 TG앤컴퍼니는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제작과정과 더불어 업계에서 떠돌던 다양한 이야기에 대해 답변하는 기회를 가졌다.

TG앤컴퍼니에 따르면 루나는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의 자회사인 '인포커스'와 함께 기획한 안드로이드폰으로, 폭스콘에서 주문 생산한 후 SK텔레콤에 독점으로 판매하고 있다. 단 디자인은 TG앤컴퍼니가 맡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과 비슷한 형식이다.
▲ 남들 안하는 새로운 것 강박 관념
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는 루나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남들 안하는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었다. 그래서 PC가 아닌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팔았다. 하지만 잘되지 않더라. 결국 다른 기업이 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다만 그 동안은 다른 회사들처럼 제품을 만들어서 자꾸 소비자들을 설득하려고 했다. 마치 지나가는 고객을 억지로 세워서 이 제품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다. 그러지 말고 고객이 필요해서 찾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TG앤컴퍼니는 1500만개에 이르는 블로그를 비롯해 포털, SNS, 지식인 등의 3년간 댓글을 분석했다. 그 결과 디자인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브랜드보다는 가격의 합리성을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스마트폰의 성능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결론과 함께 '메탈', '생폰', '카툭튀'라는 3가지 키워드를 도출해냈다.
이 3가지는 루나를 제작하는 디자인 아이디어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메탈 소재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케이스 없이 폰 자체만으로도 그립감을 느낄 수 있으며 카메라가 툭 튀어나오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몇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아이폰, HTC 제품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의 수려한 외형이 탄생했다.
▲ 어떻게 하면 빼고 덜 넣나
이 대표는 후속작 출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시기는 밝히기 어렵지만 방향은 말할 수 있다. 메이저 제품 중에 뭐 좀 빼고 최적화 해서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기대하면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편하게 쓰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앱을 덜 넣나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고스란히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루나는 지난 9월 4일 출시된 초도 물량이 완전 소진됐다. 이 대표가 밝힌 "평균 하루 2000대"로 감안하면 지금까지 7~8만대 정도가 팔린 셈이다. 이 대표는 "첫 6개월(내년 2월)에 6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체기를 겪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루나의 행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출고가를 대폭 낮추고 통신사로부터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스마트폰 못지 않은 만족도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다는 입소문과 함께 관심을 갖는 이가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출고가의 비밀이라면 SKT가 싸게 해달라고 했다. 가벼운 몸집으로 가볍게 가는 것이다. 분명 유수 메이저폰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뺄 건 뺀다는 생각이다. 가성비는 기획 단계부터 맞춰 간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이해한다 정도의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 디자인 바이 'TG&Co.'
특허 문제 이슈는 어떻게 풀어갈까. 이 대표는 "아이폰을 카피했다는 등의 말이 들리는 데 특허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한 걸릴 것이 없다. 수출에 전혀 지장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오히려 소송을 걸어주면 유명세도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TG앤컴퍼니에 따르면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에서 후면에 'designed by'를 달고 나오는 휴대폰은 아이폰과 루나 밖에 없다. 루나는 후면에 '디자인 바이 TG앤컴퍼니'라는 글이 찍혀 있다. 이 대표는 해외 진출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 밝힐 수는 없다. 다만 6개월에서 1년내 해외에서도 루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 샤오미보다 낫다
이 대표는 중국의 샤오미를 지향하는가라는 질문에 "샤오미는 대단한 회사고 소프트웨어 기반에서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엄청나다"면서 "애플과의 특허 이슈는 있지만 단말기 저변 확대 후 소비자의 의견을 청취한 후 업데이트를 자주하고 있다. 그런 소프트웨어 지원 부분은 따라 하고 싶은 방향이다. 우리는 규모가 안된다. 하지만 디자인 만큼은 샤오미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는 특허 분쟁 이슈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화웨이폰은 해외에서도 팔리고 있다 폭스콘이 만든 만큼 화웨이폰에 특허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 가늘고 길게 사는 게 목표
이 대표는 "스마트폰 제작에 200억원을 투입하면 2000만대를 팔아야 한다. 그래서 SK텔레콤에는 '옛날 스카이 같은 포지션을 갖게 해주겠다'고 했고 폭스콘에는 '함께 해서 같이 쓰자'고 했다"면서 수익 배분에 대해서도 "SK에 정한 가격에 주고 폭스콘에서 사온다"고 간단하게 밝혔다.
지분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주주는 나이며 60%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손익분기점에 대해서도 "큰 돈을 벌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자는 안본다. 가늘고 길게 사는 게 목표"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특히 이는 후속작과 관련 가격말고 기술적으로 보여줄 것은 없는지에 대한 답변과도 연결이 된다. "다음달에 보여줄 기술이 하나 있다"는 이 대표지만 "세계 최초 너무 좋아해서는 안된다. 결국 거대 자본과 마케팅력을 지닌 메이저 기업에 밀리면 소용이 없다. 자동차도 기본적인 외형은 그대로 가듯 다작보다는 내부를 더 불편함 없이 만들 것이다. 그렇다고 보안기능이 없거나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여유를 보였다.
▲ 사용자에게 오픈해서 고치고... 안되는 건 안되는 것
이 대표는 "결국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은 고객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소비자 센터 직원들이다. 아직 인력이 부족하지만 고객들의 사용자 모임에 들어가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모니터링 한다. 소비자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우리가 살길이다. 사용자에게 오픈해서 고칠 건 고치고 안되는 건 안된다고 말하고. 소비자들의 충고를 통해 어떻게 살아남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TG앤컴퍼니의 A/S서비스는 직영이 52개, SK네트워크 서비스가 108개 있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루나 AS센터를 알려주는 앱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SK텔레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루나는 최태원폰이 아니다"면서 "SK그룹과 대만 홍하이 그룹이 제휴를 하는 과정에서 자회사인 폭스콘과 연결짓는 것 같다. 우리는 2년 전부터 폭스콘과 SK텔레콤을 연결하려 노력했다. 그 때는 제품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을 때"라고 일축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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