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목동구장은 역시 홈팀 넥센의 손을 들어줬다. 홈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비거리의 홈런을 맛본 두산은 결국 시리즈 싹쓸이에 이르지 못했다.
넥센은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솔로홈런 2방, 그리고 선발 앤디 밴헤켄의 역투에 힘입어 5-2로 이기고 시리즈 첫 승을 달성했다. 잠실에서 2경기를 모두 져 벼랑 끝에 몰렸던 넥센은 탈락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선발 밴헤켄이 워낙 잘 던졌다. 지난 7일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6⅔이닝 9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잘 던진 밴헤켄은 이날 7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최후의 보루 임무를 완벽하게 해냈다. 여기에 타선도 많지는 않지만 착실히 점수를 뽑아갔다. 나간 주자에 비해 득점은 적지만 결국 넥센의 자랑인 홈런포가 두산을 울렸다.

1회 안타 세 개를 치고도 득점을 하지 못한 넥센은 3회 1사 후 서건창이 선제 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렸고 4회에는 2사 후 김하성이 역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로 초반 리드를 잡았다. 빡빡한 승부에서 넥센이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계기는 역시 홈런에서 찾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타구들이 두산으로서는 다소 허탈할 법도 했다. 비거리 120m짜리 중월 홈런이었다.
목동구장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외야 관중석이 없어 상대적으로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경기장이다. 반면 두산의 홈구장인 잠실구장은 중앙 125, 좌우 100m로 리그에서 가장 넓은 구장이다. 메이저리그(MLB)에 가도 잠실만큼 큰 구장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잠실에서 목동으로 넘어올 때 이 구장 규모가 변수가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실제 넥센으로서는 유리하게, 두산으로서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목동구장의 중앙 가장 깊은 곳은 118m. 좌우는 98m임을 고려하면 잠실에 비해 중앙이 크게 짧은 구조다. 비거리 120m 홈런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살짝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실제 두산 중견수 정수빈은 두 개의 타구를 모두 잘 쫓았다. 가정이지만 잠실이라면 어렵긴 하지만 잡을 수는 있는 타구로 봐야 했다. 그러나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공을 잡을 방법은 없었다. 일격을 맞은 유희관도 살짝 넘어가는 타구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했기에 조건은 두 팀에 모두 동등했다. 두산도 이런 점을 충분히 대비하고 경기에 나왔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구장 환경은 두산보다는 넥센을 향해 웃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환경이 언제까지 넥센을 향해 웃으라는 법은 없다. 두산도 득을 볼 때가 있을 것이다. 4차전에서는 이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목동=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