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는 길고, 특정 팀만 심판판정에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많이 나오는 말이 '판정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다. 어제 심판판정으로 이득을 본 팀이 있더라도 내일 울게될지 모르는 게 야구다.
두산과 넥센은 준 플레이오프에서 이 말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됐다. 발단은 1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준 플레이오프 1차전이었다. 두산은 2-3으로 끌려가던 9회말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김재호가 조상우를 상대로 몸에 맞는 공을 얻어냈다.
조상우는 그때부터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고, 정수빈과 허경민 그리고 김현수까지 볼넷으로 내보내 밀어내기로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연장 10회말 두산은 대타 박건우의 역전 끝내기 안타로 1차전을 잡았고, 그 기세를 타 2차전까지 승리했다.

하지만 느린 화면으로 다시 보니 김재호는 몸에 맞지 않았다. 결국 이 장면은 동점과 역전의 빌미가 되었고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하지 못한 넥센 더그아웃에 아쉬운 목소리가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맞았다고 강하게 주장했던 김재호도 도마위에 올랐다.
그리고 두산이 시리즈 전적 2승으로 앞선 13일 3차전, 양 팀의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두산은 2-5로 끌려가던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타자 대타 최주환이 1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김현수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가운데 대타 오재일이 등장했다. 마운드에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조상우가 있었다.
조상우가 던진 2구는 오재일의 왼발 쪽으로 날아들었다. 오재일은 피하지 않았고, 곧바로 구심에게 '공에 맞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심이 '맞지 않았으니 타격을 하라'고 지시했고, 그 타석에서 오재일은 삼진을 당했다. 곧이어 민병헌의 안타가 나와 두산은 2사 1,3루 찬스를 잡았지만 장민석이 땅볼로 물러나면서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이번에는 두산이 손해를 봤다. 느린 화면으로 다시 확인한 결과 오재일의 왼쪽 발등을 덮은 유니폼에 공이 스쳤다. 만약 몸에 맞는 공으로 걸어 나갔다면 경기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심판합의판정제도가 있었지만 이미 1회에 요청했다 번복되지 않으면서 사용 기회가 없었다. 역시 육안으로 쉽게 볼 수는 없었던 부분이었다. 어쨌든 사구 판정은 돌고 돌고, 양 팀은 한 번씩 주고받았다. 이제 시리즈는 4차전으로 이어진다. /cleanupp@osen.co.kr
[사진] 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