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의지와 자세가 상당히 헌신적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 친선경기에서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기성용, 황의조(성남 FC)가 연속골을 넣으며 최근 A매치 11경기 연속 무패(8승 3무)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8일 쿠웨이트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승리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쿠웨이트전 승리가 힘겨운 중동 원정 경기에서 거둔 성과이지만, 자메이카전 승리는 쿠웨이트전에서 뛴 선수들을 대부분 제외하고 거둔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메이카전이 'B팀', 이른바 백업 멤버들로 구성됐다고도 한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주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동료, 하나의 팀이라고 생각했다.
'B팀'이라고 생각해도 이날 승리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쿠웨이트전의 정예 멤버들이 대부분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한국은 자메이카를 압도했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선수 운용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11명이 아닌 팀에 축하를 보내고 싶다. 쿠웨이트전과 마찬가지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누가 들어가도, 누가 뛰어도 제 몫을 했다"며 "상당히 만족스러운 완벽한 승리였다. 3골 외에도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면서 팬들에게 좋은 축구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모든 선수가 잘했다. 4년여 만에 득점포를 가동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는 물론 데뷔골을 넣은 황의조(성남 FC), 그리고 최근 대표팀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까지 슈틸리케 감독의 말처럼 자신의 몫 이상을 해냈다.
그렇다면 선발 명단이 바뀌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팀의 주장 기성용(스완지 시티)은 선수들의 정신 자세를 꼽았다. 기성용은 "선수들의 의지와 자세가 상당히 헌신적이다. 팀을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축하의 메시지를 선수 개개인이 아닌 팀에 보낸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황의조의 발언에서도 헌신이 묻어났다. 석현준(비토리아 세투발)과 스트라이커 자리를 놓고 경쟁했음에도 경쟁자가 아닌 오직 동료로만 바라봤다.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다"고 밝힌 황의조는 "현준이형이 매우 유연하다. 그런 점을 배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