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맞붙은 이번 준 플레이오프는 매 경기 논란거리를 하나씩 남기고 있다. 가을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치열한 투혼의 냄새가 나지만, 깔끔한 경기진행이 보고싶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차전부터 양 팀은 뜨겁게 달아 올랐다. 특히 9회말 판정 하나는 양 팀의 희비를 바꿔놓아 버렸다. 넥센이 3-2로 앞선 9회말 1사 주자없는 가운데 조상우의 빠른 공이 타석에 선 김재호의 몸쪽 높은 곳으로 날아갔다. 방망이 손잡이 부근으로 공이 향했고, 구심은 몸에 맞는 공을 선언했다. 이게 불씨가 돼 조상우는 이후 볼넷 3개를 내주며 제구가 크게 흔들렸고, 9회말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내준데 이어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여기서 김재호와 구심의 동작을 놓고 많은 말이 오갔다. 마치 김재호가 맞지 않았는데 맞은 것처럼 먼저 구심에게 '나가도 되냐'라고 물어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구심이 먼저 몸에 맞는 공을 선언했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넥센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할 수 있었지만 투수 조상우와 포수 박동원 모두 경황이 없는 상황이라 그냥 넘어갔고 아쉬움에 땅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차전은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수비 과정에서 두산 2루수 오재원이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다가 타자주자의 진로를 다리로 잠시 막았고, 서건창은 이에 항의를 했다. 시즌 초 서건창은 두산전에서 똑같은 상황 속에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그래서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욕을 한 것으로 오해한 오재원이 맞대응을 하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여기에 경기가 끝난 뒤 넥센 염경엽 감독이 "두산에서 자극을 했는데, 공격 쪽에서 라이트를 켜고 끄는 권리가 있다. 야구를 깨끗하게 하고 싶다"고 말해 불이 붙었다. 벼랑에 몰린 염 감독은 두산 쪽에 아쉬운 이야기를 했고, 일단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3차전을 앞두고 양 팀 벤치는 벤치 클리어링의 오해를 푼 것으로 보였다. 넥센 염 감독은 "다 끝나고 나면 할 말은 많다.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없다"고 많은 여운을 남겼고, 두산 김태형 감독은 "오재원이 고의로 (1루 주자 진로를) 막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경기 후에 편하게 하라고 했다. 염 감독도 그런 부분은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양 팀 선수간의 충돌은 없었지만, 1차전과 정반대의 상황이 나왔다. 두산은 2-5로 끌려가던 9회말 1사 1루에서 대타 오재일이 투구에 유니폼 왼쪽 다리 쪽을 살짝 스쳤다. 오재일은 구심에게 맞았다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침 두산도 비디오 판독을 이미 한 차례 써버렸기 때문에 벤치에서 나설 수도 없었다. 이후 오재일은 아웃을 당했고, 민병헌이 안타를 날렸지만 2사 1,3루에서 장민석이 땅볼로 아웃이 됐다. 심판 판정으로 1차전 이득을 봤던 두산은 3차전에서는 손해를 봤다.
이처럼 이번 준 플레이오프는 야구 내외적으로 매 경기 논란을 낳고 있다. 이것들이 4차전까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일단 양측 모두 어느정도 자극을 받은 상황이고, 작은 오해가 큰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럴 때 냉정을 유지하는 쪽이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이 시리즈를 마치고 창원행 버스를 탑승할지, 넥센이 잠실을 한 번 더 방문할지는 14일 벌어질 4차전에 달렸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