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의 도전, 타자의 투수 깜짝 변신 사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10.14 13: 03

메이저리그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투수로 깜짝 변신해 큰 화제를 모았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팀이 2-7로 뒤진 8회말 구원등판, 1이닝을 2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등판으로 시즌 막판 순위·승부에 관계없는 경기에서 팬서비스로 재미를 안겼다. 이치로는 고교 시절 투타를 겸업했다. 
이치로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자가 투수로 변신하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승부가 크게 기운 경기에서 지고 있는 팀이 투수를 아끼고, 팬서비스 차원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장면이다. 다만 보수적인 KBO리그에서는 투수가 타자로 나오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타자가 투수로 등판하는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NC 외야수 나성범(26)의 투수 테스트가 매우 흥미롭다. 나성범은 지난 13일 마산구장에서 치러진 자체 평가전에서 8회초 7-5로 리드한 9회초 2사 3루에서 구원등판, 강구성에게 직구 3개를 던져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세이브를 올렸다. 최고 구속은 142km. 플레이오프를 대비하는 김경문 감독은 "우리가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준비하겠다"고 그의 투수 기용을 밝혔다. 

역대 KBO리그에서 타자가 투수로 나온 것은 몇 차례 안 되는 희귀 케이스. 1982년 원년 해태 김성한은 공식 포지션이 내야수였지만 투수를 겸했다. 그해 투수로 26경기 106⅓이닝을 소화하며 10승5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 완봉 포함 3차례 완투가 있었다. 전무후무한 3할(.305) 타율에 10승 투수였다. 이후 1986년까지 종종 마운드에 오른 김성한은 투수로서 통산 41경기 15승10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3.02라는 수준급의 성적을 남겼다. 
당대 최고 유격수였던 김재박도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경험이 있다. MBC 청룡 시절이었던 1985년 7월27일 잠실 삼성전에서 1-1 동점으로 맞선 10회초 1사 만루에 구원등판했다. 이해창을 3루 직선타로 잡은 뒤 귀루하지 못한 3루 주자 함학수까지 더블플레이로 연결하며 급한 불을 끈 김재박은 곧 이어진 10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승리투수까지 됐다. 
김재박은 LG 감독 시절이었던 2009년 5월12일 잠실 SK전에서 타자를 투수로 올리기도 했다. 무박2일로 치러진 이날 경기, 10-16으로 뒤진 12회초 투수 우규민이 사구로 퇴장을 당했다. 8명의 가용 자원 투수를 모두 쓴 상황에서 LG는 불가피하게 야수를 투수로 썼다. 포수 경험이 있는 최동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최동수는 2사 1·3루 위기에서 박경완을 2구만에 2루수 내야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같은 해 6월25일 무등 SK-KIA전에서도 희귀한 장면이 나왔다. SK의 간판타자 최정이 연장 12회말 5-5 동점에서 투수로 깜짝 등판한 것이다. 당시 규정상 무승부도 패배나 마찬가지였는데 12회초 마지막 공격에 득점을 내지 못하자 최정이 마운드에 올랐다. 최정은 최고 146km 강속구를 뿌렸으나 첫 타자 안치홍에게 우중간 3루타를 허용한 뒤 이성우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어 김형철 타석 때 포수 정상호의 패스트볼이 나오며 끝내기 패배와 함께 패전의 멍에를 썼다. 고의패배 논란이 불거졌지만 핵심 투수들을 썼거나 몸 상태가 안 좋았던 SK로서는 최정의 투수 기용이 최선이었다. 
나성범의 경우 플레이오프라는 큰 경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투수 테스트이고, 대학 시절까지 좌완 최대어 유망주로 명성을 떨쳤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연장이 15회까지 치러지는 만큼 투수와 야수를 모두 소모하는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야 한다. 과연 공식 경기에서도 나성범이 투수로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사진] 나성범-최정-최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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