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자 손아섭에게 누가 돌 던지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0.14 13: 55

KBO 리그 선수가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되는 건 FA 자격을 취득했을 때다. 그 동안 구단선택의 자유가 없었던 선수들은 FA가 되고 나서야 완전히 자기 의사대로 팀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FA가 되기 전에 또 하나의 권리가 있으니 바로 포스팅을 통한 해외진출 가능이다.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선수는 프로 7년 차를 채우고 난 뒤 구단 동의하에 해외리그로 나갈 수 있다. 구단 동의라는 관문이 남아 있지만, 어쨌든 리그 톱클래스 선수들에게는 하나의 권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류현진(다저스)도, 강정호(피츠버그)도 모두 이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박병호 역시 올 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를 노크한다.
여기 또 한 명의 후보가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이다. 6년 연속 타율 3할, 통산 타율 3할2푼3리로 현역 1위를 기록 중인 선수다. 현재로서는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라고 할 만하다. 손아섭은 3~4년 전부터 기회가 되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을 품었고, 현재 구단에 허락을 요청한 상황이다.

공은 구단에 넘어갔다. 롯데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선수가 손아섭이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내년 구단 성적을 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가 손아섭이다. 그렇지만 무작정 붙잡아둘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해외진출 허락 여부를 곧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김광현(SK), 양현종(KIA)의 전례처럼 포스팅 금액을 기준으로 정해놓고 그 이상 나오면 진출을 허락하는 조건부 승낙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손아섭이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메이저리그는 손아섭 정도의 선수가 거론할 곳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요지다. 한 마디로 기량이 부족한데 메이저리그는 언감생심이니 포기하라는 뜻이다.
냉정하게 메이저리그에서 손아섭에게 많은 금액을 투자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장타력을 가진 우타자 박병호는 1000만 달러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손아섭은 그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중장거리 좌타 코너 외야수인 손아섭이기에 높은 포스팅 금액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선수의 도전정신까지 폄하해서는 안 된다. 한참 부족한 성적을 거두고 손아섭이 막무가내로 해외진출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아니다. 현역 통산 타율 1위, 6년 연속 타율 3할, 4년 연속 외야 골든글러브 수상을 한 손아섭은 7년 차 시즌을 마치고 선수 고유의 권리인 해외진출 희망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이들의 생각처럼 미국 야구계가 손아섭을 무시하는 건 결코 아니다. 큰 돈을 투자하지 않고 전력보강을 할 수 있는 카드로 손아섭을 염두에 두고 검토중인 구단이 있다. 또한 손아섭을 도와주고 있는 베버리 힐즈 스포츠 카운슬(BHSC)은 팀 린스컴(샌프란시스코), 디 고든(마이애미), 헌터 펜스(샌프란시스코) 등 수많은 메이저리거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에이전트 회사다.
손아섭 역시 "무조건 해외에 보내달라는 게 아니다. 구단이 정해 준 금액 이하로 나오면 깨끗하게 승복하고 롯데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만 선수로서 내 가치를 알고 싶다. 선수라면 누구나 자기보다 뛰어난 선수와 붙어보는 게 소원 아닌가. 트리플A에서 처음에는 고생할 각오도 되어 있다"고 말한다.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우려하는 사람들의 의견 역시 근거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손아섭의 도전정신을 비웃고 손가락질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다. 무모할지 모르는 도전이지만, 본인에게 돌아 올 피해까지 감수하고 도전 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는 손아섭이다. 류현진도, 강정호도 처음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도전정신을 폄하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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