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보안’이 최우선인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가 다시 한 번 기자들에게 개방됐다. 남양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약 5개월간 직접 개발·제작한 미래형 이동수단과 이와 관련된 작품들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13일 현대차그룹은 경기도 화성의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이하, 남양연구소)에서 ‘2015 R&D 아이디어 페스티벌(R&D IDEA Festival)’을 개최, 국내·외 언론들이 남양연구소를 찾아 연구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취재하기 위해 남양연구소에 몰려들었다.
2010년 시작돼 올해로 6회를 맞이한 ‘2015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연구원이 팀을 이뤄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을 주제로 ‘이동수단(Mobility)’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실물로 제작해 경연하는 현대차그룹 R&D 부문의 창의 활동 공모전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은 현대차그룹의 비전이기도 하며 현대차그룹은 연구원들의 한계 없는 발상을 위해 자동차 뿐만 아니라 이동수단과 관련된 모든 것으로 주제를 확대했다.

틀에 박힌 발표회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남양연구소의 한 건물 앞은 국내·외 기자들을 비롯해 특히, 연구원들과 직원들의 열기로 활기가 가득 차 있었다. 각 팀들의 연구원들은 취재진들에게 자신들의 작품 콘셉트와 주요 기능, 탄생배경 등을 설명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날 시연회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대상’ 수상작 ‘유 캔 콘서트’는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다. 차량의 내부만 두드리면 모두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자동차 내부의 각 부분에 센서를 부착, 타악기 소리가 나도록 한 것.
‘유 캔 콘서트’ 팀의 발상은 간단한 데서 비롯됐다. 누구나 차 안에서 음악을 듣다 보면 흥이 돋아 운전대를 두드린 경우가 있을 것이다. ‘유 캔 콘서트’는 이에 착안, 정말로 운전대와 바닥 등에서 소리가 난다면 흥이 돋은 경우, 교통 체증으로 도로 위에 갇혀 있을 경우가, 혹은 가족들 또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길이 더욱 즐겁고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운전석에서는 운전대와 바닥의 센서 덕에 드럼 소리를, 조수석에서는 글로브 박스를 열면 키보드가 나온다. 또, 뒷좌석에는 태블릿PC가 설치돼 현악기 등의 악기를 구현했다. ‘유 캔 콘서트’ 팀은 ‘행복’으로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고자 했다.
독특한 생김새로 눈길을 끌었던 ‘오리진(Origine)’ 팀이 ‘최우수상’에 올랐다. 언뜻 보면 놀이기구 같기도 한 원통형의 본체에 성인 여성 키만한 바퀴가 달린 ‘오리진’은 미래형 이동수단으로 개발됐다. 양쪽의 전기모터가 동력이 되는 ‘오리진’은 220v로, 각각 약 1시간 정도의 충전시간이 소요되는 미래형 전기차다. 일반 자동차 길이의 1/2에 불과해 주차와 이동이 용이하며 급격한 경사로에서 수평을 유지해 승객들의 편안한 이동을 지원한다.
‘동행상’을 받은 ‘라이프 제플린(Life Zeppelin)’ 범지구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물 부족과 이로 인한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탄생했다. 비행선의 형태로, 대기중의 수증기를 포집, 저장 후 해당 지역에 투하한다. 시연을 위해 이날은 4개의 프로펠러가 사용됐지만 아이디어 상으로는 30m 길이에 5m 둘레의 거대한 몸의 소유자로, 헬륨을 채워 띄우며 내부에는 방향 전환을 위한 모터만 들어간다. ‘라이프 제플린’은 무한동력인 풍력과 태양력을 이용해 전세계를 돌아다니게 된다.

‘혁신상’은 당장 실생활에 도입됐으면 하는 아이와 부모를 위한 ‘아이-카’가 수상했다. ‘아이-카’는 능동형 카시트로, 어린 조카를 둔 연구원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능동형이자 내장형 카시트인 ‘아이-카’는 핸드폰이나 차키로 조종이 가능하며 뒷좌석이 슬라이딩으로 문밖까지 자동으로 나오면서 뒷좌석 시트가 열려 숨겨져 있던 에어시트가 올라온다. 여기에 보다 편하게 아이를 태우고, 리어 헤드레스트에 설치된 카메라 내장 모니터를 통해 운전석에서도 아이와 소통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상용화 0순위 ‘오체불만차’가 ‘심사위원 특별상’의 주인공으로 뽑혔다. ‘오체불만차’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이동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작품으로, 머리의 움직임만으로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다. 모터가 내장된 장치와 조종장치만 부착하면 어떠한 휠체어에도 장착이 가능하다. 압력으로 작동되는 조종장치는 머리를 좌우로 움직여 기판을 눌러주면 좌우로 움직이고, 뒤로 눌러주면 휠체어가 앞으로 나아간다. 머리를 떼어내면 움직임이 멈춘다. 후진도 가능하며 배터리 완전 충전 시 최대 20시간 이용 가능하며 이후에는 일반 휠체어처럼 밀어주면 된다.
‘아이디어 상’은 자동차 연구원들을 위한 작품이다. ‘드라이빙 익스팬션(Driving Exoansion)’은 연구원들이 실제로 주행 시험 시 겪었던 고충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주행 시험을 위해서는 다양한 지형이 필요한데, 트랙 외에는 사고 위험성 등 제약이 큰 것. 운전자가 가상·증강 현실을 실현시켜주는 장치를 장착하면 눈앞에 S자·8자·원형 등의 다양한 코스가 나타난다. 이를 통해 사고는 물론, 시험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나머지 4개 작품 ‘대한민국만세’와 ‘와프리카’ ‘아바타 드라이브(Aavatar Drive)’ ‘솔라 드림(Solar Dream)’은 ‘위캔상’이 주어졌다. ‘대한민국만세’는 유모차·자전거·트레일러·1인용 전동차로 변신이 가능한 신개념 모빌리티이며 ‘와프리카’는 자전거의 동력으로 정수와 세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위한 이동수단이다. ‘아바타 드라이브’는 가상현실(VR)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반영된 원격 운전 시스템이며 ‘솔라 드림’은 태양열을 동력원으로 하는 오토바이, 2인승 자동차, 4인승 자동차로 3단계 변형이 가능한 제 3세계를 위한 모빌리티다.
위의 10개 팀의 작품은 지난 3월 1차 공모에 접수된 60여 개 팀 중 예선 심사를 통해 선발된 상위 팀으로, 본선 진출 10개 팀에게는 제작비와 작품 제작 공간 등이 지원됐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구성원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활발한 기술개발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매년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대자동차그룹은 우수 연구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fj@osen.co.kr
[사진] 유 캔 콘서트, 라이프 제플린, 아이-카, 오체불만차(위부터).

[사진] 솔라 드림.

[사진] 대한민국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