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극적인 동점 홈런을 치고도 고개를 숙였던 박병호(29, 넥센)가 이번에도 고개를 숙였다. 홈런은 쳤지만 팀은 너무나도 극적인 패배를 당했다. 넥센 유니폼을 입고 뛸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어 더 아쉬웠다.
박병호는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선발 4번 1루수로 출전,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자기 몫을 다했다. 특히 5-2로 앞선 5회에는 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거포로서의 위용을 다시 발휘했다. 준플레이오프 들어 2호 홈런.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타율 2할8푼6리에 1홈런, 2타점을 기록 중인 박병호였다. 개인적인 활약이 나쁘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팀이 1승2패로 벼랑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사실. 그러나 4차전에서 타점 2개를 올리며 힘을 냈다. 하지만 박병호는 웃으며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팀이 다시 극적인 승부의 희생양이 됐기 때문이다. 2년 전 10월 14일과 비슷했다.

상황이 딱 똑같지는 않지만 박병호로서는 예전 기억이 날 법한 경기이기도 했다. 바로 2013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었다. 당시 경기도 10월 14일에 벌어졌다. 딱 2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넥센은 0-3으로 뒤진 채 9회에 들어갔다.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대타 문우람과 서건창이 연속 안타로 출루했다. 두산은 임시 불펜 대기 중이었던 더스틴 니퍼트를 올렸다. 니퍼트는 장기영과 이택근을 연달아 삼진으로 처리하고 불을 끄는 듯 했다.
그러나 박병호와의 승부는 어려웠고 결국 박병호는 3B 상황에서 과감히 배트를 돌려 목동구장 백스크린을 강타하는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을 날렸다. 목동이 난리가 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장면은 포스트시즌을 대표하는 극적인 장면으로 남지 못했다. 넥센이 졌기 때문이다. 넥센은 연장전에 돌입했으나 3점을 허용하고 그대로 탈락했다. 박병호도 웃지 못했다.
그리고 꼭 2년 뒤, 박병호또 고개를 숙였다. 9-2로 앞서 가던 팀은 7회 2점, 8회 1점을 내주더니 9회에 무려 6점을 헌납하며 9-11로 그대로 무너졌다. 믿었던 손승락 한현희 조상우가 차례로 무너졌다. 넥센으로서는 손 쓸 새도 없이 두산의 기세에 휩쓸렸고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박병호, 그리고 넥센으로서는는 너무나도 잔인한 10월 14일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