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불운이 수도 없이 되풀이됐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는 불운보다 더 강했다.
두산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 넥센과의 경기에서 11-9로 역전승을 거뒀다.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상대는 두산으로 정해졌다.
사실 경기 흐름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두산이 아쉬워했을 상황은 1회초부터 나왔다. 허경민이 4번 김현수 타석에서 도루를 성공시켜 두산은 2사 2루 득점권 찬스를 맞았다. 하지만 김현수가 상대 선발 양훈을 공략해 만든 빨랫줄 같은 타구가 투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가며 선취점 없이 이닝이 종료됐다.

2-2 동점을 이루고 있던 4회초 무사 1, 2루 찬스 때 나왔던 데이빈슨 로메로의 날카로운 타구도 일반적인 수비 시프트라면 2루타가 되는 코스였으나 좌측 파울라인 부근을 지키고 있던 3루수 김민성의 수비에 걸렸다. 김민성이 좀 더 지체 없는 동작으로 2루에 공을 던졌다면 트리플 플레이 연결도 가능했던 순간이다.
4회말 3실점해 2-5로 뒤진 두산은 다음 이닝에도 한숨을 쉬어야 했다. 5회초 선두 김재호가 중전안타를 치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후속타자 정수빈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서건창의 글러브를 찾아가는 직선타가 되며 스타트를 했던 김재호까지 미처 돌아오지 못하고 아웃카운트 2개를 헌납했다. 결국 5회초에도 득점은 없었다.
넥센을 몰아붙이며 추격하던 7회초에도 운이 없었다는 말이 아니면 설명하기 힘든 장면이 또 있었다. 7회초 2점을 뽑은 뒤 이어진 1사 1루에서 정수빈은 중전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것이 마운드를 맞고 속도가 줄어든 채 2루수 서건창 방향으로 굴절된다. 결과는 이닝을 마무리하는 4-6-3 병살타였다.
2-4에서 1점을 더 허용할 때 나온 타구도 두산의 불운이라면 불운이었다. 내야 가운데로 간 고종욱의 타구가 크게 바운드 되고 나서 김재호의 글러브 밑으로 들어가며 중전 적시타가 됐는데, 이것이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면 이닝이 끝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는 두산의 것이었다. 2-9로 뒤지던 7회초 2득점한 것을 시작으로 넥센을 끊임없이 몰아붙인 두산은 8회초 1득점해 5-9로 추격했고, 9회초에는 무려 6점을 뽑는 '미라클 두산'의 저력을 보여줬다. 어떠한 불운도 소용이 없었다. 두산은 모든 악재를 이겨낼 정도로 강했다. /nick@osen.co.kr
[사진] 목동=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