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4] ‘불펜 붕괴’ 넥센, 믿기 어려운 대역전패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14 22: 27

포스트시즌에서 핵심 불펜 요원에게 부하가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투수들도 각오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쉴 수 있는 경기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쉴 때 쉬지 못한 조상우는 무너졌다. 넥센의 올 시즌도 거기서 끝났다.
넥센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초반부터 터진 타격의 힘, 그리고 3일을 쉬고 나섰으나 끄떡없는 힘을 보여준 선발 양훈의 분투에 힘입어 9-2까지 앞서 나갔다. 잠실에서 2연패를 당하고 왔던 넥센은 홈 2연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를 5차전으로 몰고 가는 듯 했다. 그러나 9-5로 앞선 9회 무려 6점을 헌납하며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했다. 1승3패로 탈락하는 순간이었다.
넥센은 2-2로 맞선 4회 박동원의 2타점 적시타를 비롯해 3점을 뽑았고 5회에는 박병호의 솔로포와 다시 터진 박동원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8-2까지 앞서 나갔다. 6회에는 박병호가 타점 하나를 더 수확하며 9-2까지 달아났다. 사실상 경기 흐름은 완전히 넥센으로 넘어왔다. 이제 얼마나 체력을 아끼며 5차전으로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는 듯 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계속된 혈투에 지친 넥센 마운드가 조금은 여유를 찾을 수도 있는 여건이었다. 7회 2점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점수는 9-4였다. 8·9회 2이닝 동안 5점만 지켜내면 됐다. 넥센은 손승락을 올려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한현희를 붙여 이날 경기를 정리하겠다는 의지였다. 마무리 몫을 하고 있는 조상우는 조금 쉬게 해주고 싶다는 속내도 깔려 있었다.
7일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 호투한 조상우는 이번 준플레이오프 들어서도 2경기에 나섰다. 아쉽게 동점을 내주기는 했으나 1차전에서 2이닝 동안 48구를 던진 조상우는 3차전에서도 1⅓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지켰다. 젊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시즌 때도 적잖은 이닝을 던진 조상우로서는 어깨에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넥센으로서는 조상우를 아끼고 이기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불펜이 난조였다. 9-4로 앞선 채 돌입한 8회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손승락이 1점을 허용했다. 4점차가 됐다. 여기에 8회 2사에 마운드에 올렸던 한현희는 9회 들어 다시 흔들렸다. 선두 오재원에게 중전안타를 맞았고 김재호에게도 좌전안타를 허용해 무사 1,2루가 됐다. 9-2까지 벌어졌던 경기는 세이브 상황이 만들어질 정도로 급박하게 변했다. 결국 넥센은 1사 1,3루에서 조상우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조상우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엇다 허경민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1점을 실점했다. 오재일에게도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를 자초했다. 이어 김현수와의 승부에서는 2S의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결국 1·2간을 빠지는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맞고 1점차까지 몰렸다. 1점차에 1사, 그리고 주자는 1,3루 두 명이었다. 흔들린 조상우는 양의지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2타점 적시타를 맞고 역전까지 내줬다. 그리고 최주환 타석에서는 낫아웃 폭투가 나오며 추가 실점했다.
넥센은 이번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투수가 11명 있었다. 그러나 믿고 쓸 만한 투수는 많지 않았다. 선발은 밴헤켄, 양훈, 피어밴드까지 3명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불펜은 손승락 한현희 조상우, 사실상 3명으로 돌아갔다. 한현희가 불안한 상황에서 조상우에 대한 부하는 커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는 4차전에서 폭탄으로 터졌다. 넥센의 다음 시즌 고민을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아쉬운 패배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목동=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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