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이 바라본 김태형의 커튼 리더십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0.15 06: 53

커튼 뒤에 가려져 있던 김태형 감독(두산 베어스)의 리더십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리더십이라는 것에는 실체가 없다. 사실 성공한 집단이 잘 된 원인을 분석할 때면 언급하게 되는 결과론적 평가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이 두산을 이끈 뒤 선수들에게서 다른 모습이 나왔다면 리더십이 아니라고 부정할 길도 없다. 실제로 김 감독의 두산은 큰 경기에 대한 부담 없이 유쾌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준플레이오프를 3연승으로 끝냈다.
미디어데이를 보더라도 넥센 선수들은 "이번엔 전쟁이다"라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두산 역시 이번 시리즈가 전쟁이라는 것은 인정했지만 지나치게 비장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수장이 먼저 나서 농담을 던졌고, 이것이 두산의 분위기를 띄운 동시에 묘하게 넥센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김 감독 하면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것이 바로 '커튼'이다. 주장 시절, 그리고 배터리코치 시절 김 감독이 구단 버스 안에서 커튼을 치라고 지시하는 말이 떨어지면 모두가 긴장했다. 거구 타이론 우즈마저 긴장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우즈는 선수들에게 가끔 장난을 치기도 했지만, 국내 선수들이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것엔 가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자 당시 주장이던 김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 앞으로 우즈보다 어린 선수가 우즈에게 말을 걸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우즈였지만 분위기만 보고도 이상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나중에 전후사정을 전해들은 뒤부터는 얌전해졌다는 것이 김 감독의 회상이다.
현역 시절 한솥밥을 먹으며 '주장' 김태형을 경험해본 정수근 해설위원은 "함께 선수로 뛰었을 때부터 영리한 스타일이었다. 당근과 채찍을 아주 고르게 잘 썼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정 위원을 볼 때마다 현역 시절 혼냈던 이야기도 자주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정 위원을 비롯한 많은 후배들이 따를 만큼 인간적 매력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선수들을 믿고 편하게 맡기는 것은 주장일 때와 마찬가지다. "주장일 때도 경기 때는 편안하게 해줬다. 경기 내에서 편하게 해준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유머러스한 것도 도움이 된다. 편안한 말 한 마디가 선수들의 긴장감 완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것이 정 위원의 설명이다.
이렇게 선수들을 믿는 것이 자신을 지도했던 김인식 감독의 영향일 수도 있냐는 물음에 그는 "그랬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김태형 감독 외에도) 김인식 감독을 거쳐간 양승호 감독, 김경문 감독 같은 지도자에게서는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갖는 모습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은 두산의 3승 1패로 끝난 이번 시리즈의 양상을 짧게 요약했다. 밖에서 본 양 팀 벤치 분위기에 대해 묻자 그는 "넥센 선수들은 웃음이 없고 승리에 집착하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두산은 긴장감 속에서도 웃으면서 경기를 하는 것이 여유 있어 보였다"며 친정이기도 한 두산의 손을 들어줬다.
이제 김태형 감독의 상대는 선수 시절 선배이자 코치, 그리고 자신이 코치가 된 뒤로는 사령탑으로 모시기도 했던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다. 이미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아는 두 사람이다. 김경문 감독에게는 친정팀과의 만남이기도 하다. 김태형 감독이 대선배 김경문 감독 앞에서도 특유의 리더십으로 멋진 승부를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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