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악몽' 조상우, 무엇이 21살 투수를 흔들었나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10.15 06: 55

지난 13일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넥센 히어로즈 우완 조상우에게 "1,2차전에서 나란히 김택형과 하영민이 패전투수가 됐다. 후배들의 첫 가을야구가 매섭다"는 말을 건넸다.
조상우는 이 말을 듣자 웃으며 "그래도 저랑 한두 살밖에 차이 안나는 선수들"이라고 답했다. 그랬다. 조상우는 1994년생, 만 21살의 어린 투수였다. 그럼에도 팀의 가장 강한 카드로 꼽혀 이번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141개의 공을 던진 조상우기에 그의 가을 야구는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조상우는 14일 4차전에서 9-5로 앞선 9회 1사 1,3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3피안타 1탈삼진 1사사구 4실점(3자책)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팀은 7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11 충격의 패배 속 시리즈 1승3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양팀의 테마는 조상우였다. 넥센 필승조 중 가장 구위가 좋은 조상우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나오냐에 대한 것에 양팀 감독이 초점을 맞췄다. 이미 7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9개의 공을 던진 조상우에게 김태형 두산 감독은 9일 미디어데이에서 "어린 투수가 공을 너무 많이 던진다"며 '도발'과 '경계'의 선에 서기도 했다.
결국 조상우는 1차전에서 9회 1사 후 4사사구 허용으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어렵게 준플레이오프를 시작했다. 팀의 패배로 2차전을 쉰 그는 3차전에서 5-2로 앞선 2사 1,2루에 나와 1⅓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3경기 120구였다. 3차전과 4차전은 조상우가 등판해야 하나 하는 상황이었으나 계속 마운드에 올랐다.
4차전에서는 다른 변수도 있었다. 그는 3차전에서 오재일이 몸에 맞는 볼을 어필할 때 '몸에 맞지 않았다'는 말을 거칠게 하면서 4차전 9회 등판 때부터 두산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2차전에서 수비 폼에 문제가 있던 오재원이 이후 넥센 팬들의 야유를 받은 것도 크게 작용했다. 21살의 투수는 오가는 야유 속에서 두산 타자들에게 안타를 계속 허용하며 무너졌다.
경기 안팎에서 일어난 일련의 과정들은 이제 프로 3년차인 투수가 겪기에는 어려운 일들이었을지 모른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2승 2홀드 5.19로 힘든 과정을 겪었으나 패전은 없던 조상우는 올해 4경기에서 1패 1세이브 5.68로 명예 회복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를 통해 더욱 성숙한 투수로 완성되는 과정을 겪었을 것이라고 그를 위로해본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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