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마무리 이현승(32)이 가을 야구에서 더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올 시즌 이현승은 정규 시즌을 앞두고 열린 시범 경기에서 왼쪽 손가락에 타구를 맞아 미세 골절 판정을 받았다. 생각보다 복귀가 늦어졌지만 6월부터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이후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 임무를 부여받았고, 올 시즌 41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2홀드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89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불펜진이 불안했던 두산으로선 마무리 이현승의 활약이 큰 보탬이 됐다.
그리고 이현승은 그 기세를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대로 잇고 있다. 이현승은 이전부터 포스트시즌에 강했다.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2006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중간 계투로 등판했다. 성적은 1⅓이닝 무실점.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은 아니었다.

두산 이적 후에는 2010년 처음 포스트시즌에 출전했다. 정규 시즌에선 부상으로 인해 제 몫을 못했던 이현승이지만 복귀 후 불펜진에 힘을 실었다. 당시 롯데와의 준 플레이오프 2경기에 등판해 1승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5경기에 등판하며 7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활약했다.
올 시즌 전까지 포스트시즌 8경기서 평균자책점 0.84(10⅔이닝 1자책점)의 기록이었다. 이현승은 가을에 강한 면모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두산과 넥센의 준 플레이오프는 매 경기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특히 1,2점 차 승부에선 불펜진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리고 두산은 경기 중후반 허리 싸움에서 넥센에 밀리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마무리 이현승이 있었다.
이현승은 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후에 등판했다. 모처럼의 포스트시즌 등판이었다. 하지만 이현승은 여유롭게 서건창을 좌익수 뜬공, 고종욱을 종군셔 뜬공으로 처리했다. 단 7개의 투구수를 기록했고, 두산이 10회말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4-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이현승은 구원승을 수확했다.
2차전에선 배짱 있는 피칭으로 넥센 타선을 눌렀다. 이현승은 팀이 3-2로 근소하게 앞선 8회초 2사 2,3루에 마운드에 올랐다. 첫 상대 타자 박병호에게는 고의4구를 내주며 2사 만루. 이어 유한준을 상대로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더니 결국 우익수 뜬공으로 막고 위기 상황을 넘겼다. 9회에도 등판해 삼진 2개를 곁들이며 무실점 호투. 1⅓이닝 무실점 터프 세이브를 기록했다.
2승 1패로 앞선 4차전에서도 이현승이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두산은 2-9로 뒤진 경기에서 7회부터 9회까지 대거 9득점에 성공하며 11-9로 역전했다. 상대 마무리 조상우를 무너뜨리며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아웃카운트 3개를 남겨둔 상황. 이현승은 스나이더를 헛스윙 삼진, 김지수를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한 후 박동원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두산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이현승은 1이닝 무실점으로 두 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이날 경기 후 이현승은 기자단 투표 64표 중 26표를 획득하며 준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이현승은 준 플레이오프 3경기에 등판해 3이닝 무실점, 1승 2세이브를 기록했다.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번 준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통산 포스트시즌 11경기서 평균자책점 0.66(13⅔이닝 1자책점)으로 신바람을 달리고 있다. 이현승이 있기에 어느 팀 못지않게 포스트시즌 뒷문이 든든한 두산이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