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야유를 받았던 체이스 어틀리는 무사히 뉴욕을 떴다. 그러나 항소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비수 보호’ 룰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고 한편에서는 메이저리그(MLB)의 이번 징계가 위선적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KBO 리그에서도 뛰었던 경력을 가지고 있는 FOX스포츠의 컬럼니스트 크리스 니코스키는 완고한 원칙주의자에 가깝다. 니코스키는 어틀리의 행동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어찌됐건 룰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는 점에서 특이점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 측면에서 니코스키는 MLB의 이번 징계에 대해 “위선적이다”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니코스키는 조 토리 MLB 부사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감독으로도 오랜 생활을 한 토리 부사장이 MLB로 간 이후 돌변했다는 것이다. 니코스키는 “토리는 2011년 2월 이후 MLB 부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라고 전제하면서 그가 부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논란이 됐던 거친 슬라이딩을 언급했다. 당시는 꿈쩍도 하지 않았던 토리가 이번 사건에만 이례적으로 징계를 준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강정호 사태는 빼놓을 수 없는 사례였다.

니코스키는 “그가 MLB 부사장이 된 첫 해의 10월, 맷 할러데이가 마르코 스쿠타로를 넘어뜨렸다. 징계는 없었다. 저스틴 터너가 놀란 아레나도를 향해 들어간 태클이 있었다. 징계는 없었다. 9월, 크리스 코글란이 2루를 향해 거칠 게 태클을 해 강정호의 시즌을 끝냈다. 역시 징계는 없었다”라면서 “늦고 강한 테이크 아웃 슬라이딩의 사례는 결코 적지 않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니코스키는 “어틀리의 슬라이딩은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슬라이딩과의 차이점을 구분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앞선 사례에서 징계를 주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도 징계를 주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MLB 사무국은 징계를 내리며 “고의성이 뚜렷했다”라는 이유를 달았으나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
니코스키는 어틀리-테하다 사건을 두고 미디어에서 비판 수위를 높인 것, 그리고 팬 베이스가 넓은 메츠 팬들이 분노했다는 것 등에서 징계의 이유를 찾았다. MLB 사무국이 같은 원칙을 이어가지 못하고 이런 외부적 요인에 굴복했다는 것이다. 니코스키가 이번 징계를 ‘위선’이라고 단정지은 이유다.
실제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MLB는 커미셔너부터 시작, 룰 개정에 대한 사전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려할 수 있다”라는 논조다. 그러나 니코스키를 비롯한 원칙론자들은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또한 룰 개정에 찬성하는 이들도 “그 전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가 큰 일이 터지자 부랴부랴 움직이고 있다”라며 역시 비판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룰을 그대로 놔두도, 바꿔도 문제다.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선수들도 의견도 갈리고 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이런 슬라이딩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는 말인가”라고 말했고 저스틴 업튼(샌디에이고)는 “만약 올스타 유격수가 다쳤다면 당장 내일에라도 ‘툴로 룰’이 시행될 것”이라고 MLB의 느린 일 처리(?)를 비판했다. 반면 마크 멀더는 “그 플레이를 좋아하든 않든, 어틀리는 최선을 다했고 나는 그런 선수가 우리 팀에 있기를 바랄 것”이라고 했고 브래드 지글러는 다른 사례를 언급하며 “똑같은 플레이다. 우리를 상대로 하면 더러운 것이고 우리 선수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인가”라며 형평성을 언급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