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을 치고도 웃지 못했다. 추신수(33, 텍사스)가 그토록 갈망했던 가을야구도 너무 허무하게 끝이 났다.
추신수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토론토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 선발 2번 우익수로 출전했다. 4차전에서 3안타를 몰아치며 감을 조율한 추신수는 이날 3회 솔로포를 기록하는 등 분전했다. 7회 행운의 득점을 부른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러나 텍사스는 7회 수비 실책에 무너지며 역전패했다. 추신수는 웃을 수 없었다.
워낙 뜨거운 9·10월을 보낸 추신수였다. 시즌 초반 부진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텍사스의 막판 스퍼트 주역이기도 했다. 포스트시즌 행보에 기대가 걸리는 것은 당연했다. 3차전까지는 썩 좋지 않았다. 타율이 7푼7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감은 살아 있었고 4차전에서 폭발했다. 5차전에서는 홈런까지 기록하며 텍사스 타선에서 고군분투했다.

3회 뽑아낸 솔로 홈런은 텍사스의 챔피언십 시리즈를 이끄는 듯 했다. 선발 마커스 스트로먼의 빠른 공을 제대로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타격시 타구 속도는 100마일(161㎞)였다. 맞는 순간 장타임을 짐작할 수 있는 타구였다. 이는 추신수의 포스트시즌 개인 2호 홈런이기도 했다. 하지만 팀은 졌다. 팀 패배 앞에 개인 기록을 내세울 수는 없었다.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
공교롭게도 포스트시즌 1호 홈런을 쳐냈을 때도 팀은 졌다. 신시내티 시절이었던 2013년이었다. 당시 신시내티는 피츠버그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났다. 추신수로서는 MLB 데뷔 이후 첫 가을 야구였다. 그리고 홈런을 쳤다. 팀이 끌려가던 8회 추격의 솔로포를 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팀은 2-6으로 무너졌다. 아픈 기억이다.
그런 추신수는 '가을'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텍사스에 왔다. 좋은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텍사스에서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나가며 월드시리즈 우승도 노려보겠다는 것이 추신수의 꿈이었다. 그러나 또 홈런을 친 경기에서 패했고, 팀은 돌이킬 수 없는 패배로 시즌을 마감했다. 추신수의 포스트시즌은 아쉽게도 좋은 기억이 나쁜 기억에 묻히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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