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16일 조원우 신임 감독 취임식을 앞두고 어지러운 상황에 빠졌다. 팀 주축선수 손아섭(27)에 이어 황재균(28)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둘 사이 교통정리가 시급해졌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한 구단에서 포스팅(공개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할 수 있는 선수는 한 명으로 정해져 있다. 무분별한 국내 스타선수의 해외진출을 막기 위한 울타리다. 그런데 한 구단에서 한꺼번에 두 명이나 진출을 희망하면서 누군가는 포기를 해야 할 상황이 됐다.
야구선수에게 메이저리그는 꿈의 무대다. 도전하겠다는 뜻은 누구나 품을 수 있다. 이상과 현실을 적절하게 조율하는 게 구단의 몫이다. 작년 SK와 KIA는 김광현과 양현종의 포스팅을 수락하기 위해 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선수와 교감을 가졌고, 일사불란하게 일을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김광현과 양현종 모두 기대했던 금액이 나오지 않아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됐지만, 큰 잡음없이 구단으로 복귀해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롯데는 필연적으로 황재균과 손아섭 중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둘 다 시즌 중 해외진출에 대한 의사를 숨기지 않았었다. '한 번에 한 명'이라는 규정을 롯데가 알고 있었다면, 구단 내부적으로 일찍 교통정리를 한 뒤에 발표를 했어야 했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혼란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롯데는 일찍 정해주지 않았고, 결국 지금의 혼란을 자초하고 말았다. 문제는 두 선수 모두 언론을 통해 해외진출 희망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이제 구단은 둘 다 불허하거나, 아니면 둘 중 하나만 진출을 허락해줘야 한다. 어느 쪽이든 롯데 구단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선택지다. 특히 한 명만 포스팅 허가를 받는다면, 나머지 한 명은 자존심에 흠이 갈 우려가 있다.
조 감독도 이런 부분을 걱정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참가하지 못할) 누군가는 자존심이 상할텐데, 팀워크나 이런 부분에서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확답이 늦어지는 건 선수에게도 좋지 않다. 진출을 허락하든 불허하든 최대한 빨리 정리를 해주는 걸 선수들은 원한다. 손아섭의 해외진출을 돕고 있는 에이전트사 관계자는 "손아섭 선수가 시즌이 끝난 직후 구단에 의사를 표시했다. 그래서 구단은 '15일 까지는 반드시 확답을 주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19일로 미뤘다. (손아섭 영입에 관심이 있는) 구단들이 언제쯤 거취가 확실해지냐고 문의를 하는데, 자꾸 변수가 생기면서 확답을 주지 못해 답답하다"고 밝혔다.
일단 롯데 구단은 KBO를 통해 '한 번에 포스팅 한 명'이라는 규정을 바꿀 수 있냐고 문의를 한 상황이다. KBO 관계자는 "롯데가 문의를 한 것은 맞다. 최대한 빨리 정리를 해서 확답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