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코비 브라이언트(37, LA 레이커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알파 뱅그라(35, 전자랜드)가 제대로 미쳤다. 하지만 팀은 졌다.
인천 전자랜드는 15일 오후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시즌 KCC 프로농구 2라운드서 서울 삼성에게 74-82로 패했다. 4연패를 당한 전자랜드(5승 7패)는 공동 5위서 공동 7위로 떨어졌다. 3연승을 달린 삼성(7승 5패)은 2위 모비스(7승 4패)를 압박했다.
유도훈 감독은 경기 전부터 이미 해탈한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주포 정영삼(허리부상)이 빠진데 이어 가드 박성진도 발목을 다쳤다. 더구나 팀의 기둥인 안드레 스미스는 14일 무릎을 다쳐 교체가 불가피하다. 유 감독은 “스미스가 어제 수술한 반대쪽 무릎을 다쳤다. 재활 중에 다쳤다. MRI 검사를 받고 관절경 검사를 받았다. 내일 정확한 진단이 나온다. 아무래도 경기 후 교체선수를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체자원 중 KBL 경험이 있고, 타 리그와 계약하지 않아 당장 한국에 올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새로운 얼굴이 오면 리그 적응에 애를 먹을 수 있다. 아이라 클라크처럼 적당한 선수가 없다. 유 감독은 “마땅히 바꿀 선수도 없다. 일단 오늘 경기를 치르고 선수를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혀를 찼다.
전자랜드는 새로운 선수가 올 때 까지 알파 뱅그라 한 명으로 버텨야 한다. 상대팀에 3쿼터에 외국선수 두 명이 동시에 투입되는 점은 더욱 부담이다. 설상가상 전자랜드는 국내선수들까지 부상자가 많다. 골밑에서 버텨줘야 하는 주태수(무릎)와 이현호(허벅지)도 고질병에 시달리는 중이다. 유도훈 감독은 삼성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이정제를 주전센터로 기용했다.
유도훈 감독은 “정영삼도 어려운 상태다. 본인은 모레부터 뛰겠다고 하는데 운동도 못하는 상태다. 침을 맞고 있다. 책임감을 느끼는 모양이다”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내선수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선수들에게 ‘더 위를 보라’고 주문을 했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비록 차포를 뗐지만, 전자랜드 특유의 끈끈함은 여전했다. 제대로 미친 선수까지 등장했다. 바로 혼자서 40분을 뛰어야 할 뱅그라였다. 전자랜드는 2쿼터 후반까지 삼성과 대등하게 싸웠다. 한 발 더 뛰는 선수들의 투지가 돋보였다. 뱅그라는 홀로 20득점을 쏟아내며 분전했다. 13개의 야투 중 8개가 꽂혔다. 3점슛 두 개는 정확도 100%였다. 전자랜드는 44-44로 전반전을 마치며 잘 싸웠다.
뱅그라의 득점포는 3쿼터에도 식을 줄 몰랐다. 그는 3쿼터 시작 후 7분 동안 15득점을 더 토해냈다. 돌파면 돌파, 3점슛까지 던지는 족족 림을 갈랐다. 뱅그라는 3쿼터에 이미 올 시즌 한 경기 최다득점인 애런 헤인즈의 40득점에 5점 차로 다가섰다. 전자랜드는 60-51로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은 외국선수 두 명에 문태영까지 동시에 뛰는 이점에도 불구, 뱅그라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팀의 득점을 도맡고, 론 하워드의 수비까지 해야 되는 뱅그라는 3쿼터 후반부터 지쳤다. 뱅그라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전자랜드도 9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마지막 3분을 버티지 못했다.

결국 전자랜드는 4쿼터에 역전을 허용하며 아쉽게 패했다. '코비에 빙의'된 뱅그라는 올 시즌 최다득점 2위 37점을 쏟아냈다. 하지만 팀 패배로 빛을 잃었다. 뱅그라의 분전은 눈부셨으나, 원맨쇼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설상가상 4쿼터 막판 주태수까지 라틀리프의 파울에 밀려 코트에 넘어지며 허리에 충격을 받았다.
전자랜드는 17일 역시 높이가 좋은 SK를 상대한다. 이후 25일 KT전까지 경기가 없다. 전자랜드는 휴식기에 스미스 대체선수를 빨리 구해야 하는 형편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인천=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