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는 '조상우(21, 넥센 히어로즈) 시리즈'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전부터 온 관심이 조상우에게 쏠렸다. 이제는 플레이오프.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시선은 에릭 테임즈(29, NC 다이노스)를 향한다.
조상우가 이목을 한 몸에 받은 것은 넥센의 팀 사정과 관련이 있다. 선발진이 약한 상황에서 불펜마저 손승락, 한현희가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조상우에 기대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두산이 그를 공략하면 이기고, 그의 공을 쳐내지 못하면 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결과는 두산의 승리였다. 조상우는 잦은 등판 속에 제구가 흔들려 3⅓이닝 5실점(4자책)했다.
하지만 NC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에릭 해커, 잭 스튜어트와 토종 10승 투수 3명(손민한, 이태양, 이재학)이 있는 선발진이 넥센보다 탄탄하다. 그리고 불펜도 1명의 힘에 의지하지 않는다. 마무리 임창민을 필두로 팀 내 불펜 최다이닝 투수인 최금강, 이민호, 김진성, 임정호, 등이 지키고 있어 한 투수에게 부담이 가중되지는 않는다.

반면 타선으로 시선을 돌리면 시리즈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선수 하나가 눈에 띈다. 준플레이오프에 출전한 박병호와 함께 올해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불린 테임즈다. 테임즈는 정규시즌 142경기에서 타율 3할8푼1리, 47홈런 40도루로 리그 역사상 최초의 40-40을 달성했다. 타석에 있든 베이스 위에 있든 상대를 가장 떨게 하는 선수다.
정규시즌에 두산은 테임즈를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했다. 테임즈는 두산전 16경기에서 타율 4할3푼1리, 7홈런 5도루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NC 타선의 중심인 그를 확실히 틀어막지 못해 두산은 NC전에서 8승 8패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대 4번에게 철저히 당하고도 5할 승률을 해냈으니 어떻게 보면 절반의 성공이다. 이번 시리즈 역시 테임즈와의 대결 결과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우선 정규시즌보다는 테임즈의 방망이가 힘을 쓰지 못할 확률이 조금은 있다. 페넌트레이스와 달리 포스트시즌에서는 한정된 투수를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많다. 팀 내에서 기량이 뛰어난 편에 속하는 선발투수 혹은 불펜의 핵심들이 경기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만큼 전체 투수를 고르게 상대하는 정규시즌보다는 테임즈의 방망이가 힘을 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테임즈의 두산전 타율이 4할을 넘는다는 것은 두산 투수들 대부분이 그를 만나서 고전했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선전했던 투수들도 없지는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함덕주인데, 8번 만나 홈런과 볼넷을 각각 하나씩 허용한 것이 흠이지만 7타수 1안타로 테임즈를 잘 묶었다. 유희관은 5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장타도 내주지 않았지만 대신 볼넷을 4개나 줬다. 이 기록을 통해 테임즈와 대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 알 수 있다.
두산으로서는 함덕주 활용법이 상당히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선발인 유희관은 1~2경기에만 등판한다. 하지만 함덕주는 흐름에 따라 자주 나올 수 있고, 특히 승부처에 테임즈가 나올 때 투입되어 중요한 상황을 책임져야 할지도 모른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