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이른바 ‘배트 플립’(배트 던지기)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보였던 메이저리그(MLB)에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일까. 호세 바티스타(토론토)가 다시 한 번 논란에 불을 지핀 가운데 볼거리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양해지고 있다.
바티스타는 15일(이하 한국시간)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텍사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화려한 ‘배트 플립’으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3-3으로 맞선 7회 샘 다이슨을 상대로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좌월 3점 홈런을 친 직후였다. 바티스타는 평소와는 다르게 타구를 한참 응시했으며 홈런임을 확인한 후 배트를 1루 쪽으로 힘차게 던져버리며 토론토 팬들을 열광시켰다.
MLB에서 배트 플립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로 간주되어 왔다. MLB는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큰 타구를 날린 뒤에도 배트를 그 자리에 놓고 베이스러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베이스도 빨리 돌아야 한다. 느릿하게 돌았다가는 투수를 자극하는 행위가 되기 일쑤다.

실제 이 불문율을 어긴 선수들에게는 곧바로 보복 행위가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와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는 이 때문에 계속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텍사스도 바티스타에 항의했다. 샘 다이슨은 홈에서 바티스타를 기다렸고, 결국 이는 벤치클리어링으로 번지는 불씨가 됐다.
텍사스 선수들이 공공연하게 불만을 품고 있는 가운데 보수론자들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컬럼니스트인 C.J 니코스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야구는 서로를 존중하며 해야 한다”라고 일침을 날렸다. 그러나 반대 주장을 펼치는 이도 있다. ESPN의 패널인 스킵 베이리스는 “내가 본 배트 플립 중 최고였다. 그들은 그런 유형의 배트 플립이 필요했을 것이다”라며 옹호적인 주장을 냈다. ESPN의 컬럼니스트 버스터 올니는 “바티스타의 행동도 이해가 되고, 다이슨의 반응도 이해가 된다”라고 중립적인 생각을 내놨다.
실제 배트 플립은 최근 미국의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유행이 되고 있다. 배트 플립을 멋있게 따라하는 아이들의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많이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반응은 비교적 호의적인 편이다. 미국의 시선도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다. 마냥 반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다만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굳이 상대를 자극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배트 플립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ESPN도 15일 이 배트 플립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패널을 모두 출연시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올 시즌만 해도 뉴욕 메츠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가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화려한 배트 플립으로 화제를 모았다. 다만 세스페데스는 자신의 덕아웃 쪽으로 방망이를 던졌다. 야시엘 푸이그는 2013년 세인트루이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역시 배트 플립을 보여줬으나 타구가 담장을 맞고 나오는 바람에 3루타에 그쳐 웃음을 선사한 적이 있다. 양키스만 만나면 남다른 배트 플립 실력을 과시하는 데이빗 오티스(보스턴), 배트 플립의 아버지격이라고 할 수 있는 레지 잭슨 등도 ESPN이 소개한 인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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