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와일드카드 제도 개선해야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5.10.16 08: 32

넥센과 두산이 10월 14일 맞선 2015년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베어스가 7점차로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고 11-9로 대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넥센을 제압한 두산은 2위 NC와 18일부터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를 벌입니다.
 
두산은 지난 2001년 10월25일 잠실구장에서 치러진 삼성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6점차를 뒤집는 역전승으로 우승에 발판을 놓은 바 있는데 이번에는 7점차의 열세를 뒤엎으며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낸 것입니다.

 
올 시즌 신설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SK를 누르고 올라온 넥센은 준PO에서 2패 뒤 1승을 거두고 4차전도 타선 폭발로 이길 것으로 누구나 예상했지만 허무하게 패했습니다.
 
올해 와일드카드 제도는 페넌트레이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흥행 요소가 됐습니다. 와일드카드 제도는 신생팀 kt의 1군 합류로 총 10구단 체제가 되면서 기존 1~4위까지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방식에 4위팀과 5위팀이 맞대결을 펼쳐 준플레이오프 진출팀을 가리는 제도입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당연히 5위팀보다 4위팀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4위팀은 2경기 중 1승 혹은 1무승부만 거둬도 진출이 확정되지만 5위팀은 1차전 승리 이후 그 다음 경기까지 무조건 이겨야 진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4위 팀은 최소 한 경기를 더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3, 4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됐습니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는 두산이 시즌 마지막 한 경기에서 희비가 엇갈려 3위를 차지하고 반 게임 차이로 넥센을 제치고 순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그런데 4위 넥센과 한화 KIA 롯데를 제치고 5위를 차지한 SK의 승차는 8경기 반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수준 낮은 경쟁을 하는 것 아니냐'는의견도 많았지만 어쨌든 흥미진진한 그들만의 경쟁이 펼쳐졌습니다.
3위를 달리다 4위로 시즌을 마감한 넥센은 "단 한 경기로 와일드카드전을 끝내면 여파가 없을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고 바람이 이루어지면서 하루 휴식을 취하고 준플레이오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타선보다 마운드에 미치는 영향이 컸습니다. 마운드가 약한 넥센에게는 한층 치명적이었습니다. 일단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무조건 이기기 위해 '에이스' 밴헤켄을 기용하고 준PO 선발은 양훈, 피어밴드, 밴헤켄을 차례로 투입했습니다.
 
양훈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어도 밴헤켄이 피로를 회복할 때까지 기용할 수 없는 상황은 불펜 운영에도 여파를 줬습니다. 불펜에서 가장 믿음직한 조상우와 한현희는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팽팽하게 전개되자 49개, 39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체력을 소모했습니다.
 
조상우 본인은 "또 나갈 수 있다"면서 투지를 보였지만 불과 일주일 사이 4경기에 등판해 6⅓이닝을 던지며 8피안타 8사사구 5실점으로 부실한 투구를 했습니다.
 
현재 와일드카드는 4위 팀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줍니다. 와일드카드 제도를 계속 실시한다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처럼 무조건 와일드카드 경기를 치를 것이 아니라 4~5위간 승차가 3~4경기 이내일 경우에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만일 올해처럼 아무런 제약없이 5위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오면 5위 팀이라도 전력을 기울여 결정전에 나서기 때문에 4위 팀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1989년 준PO가 도입된 KBO리그에서 조건부 준PO는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실시됐습니다. 당시 8개 팀이 리그를 벌였는데 준PO는3위와 4위 팀간 승차가 3경기 이하일 경우에만 5전 3선승제로 거행했습니다. 단 승차가 3.5경기 이상으로 벌어져 준PO가 무산되면 플레이오프는 7전 4선승제로 치른 바 있습니다. /OSEN 편집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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