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복률 50%' 합의판정, PS 큰 변수 된다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5.10.17 06: 37

지난해부터 도입된 합의판정 제도가 포스트시즌에서도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부쩍 늘어난 합의판정 시도가 플레이오프에선 어떤 영향을 미칠까.
KBO 리그는 지난해부터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챌린지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합의판정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엔 총 115회의 합의판정 중 47회가 번복됐다. 번복률은 41%. 올 시즌에는 늘어난 경기 수에 합의판정 신청이 더 과감하게 이루어져 시도 횟수가 많았다. 총 423회의 합의판정 중 165회 번복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39%의 번복률을 보였다.
판정 번복은 때로는 경기의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중요한 순간에 잘못된 판정을 번복하면 경기의 분위기가 바뀐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도 벌써 5번의 합의판정이 신청됐고, 그 중 2번이 번복됐다. 지난해 포스트시즌까지 포함시키면 총 10번 중 5번의 판정의 번복됐다. 번복률은 무려 50%. 중요한 경기인 만큼 심판진이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지만 모든 것을 가려낼 수는 없는 법.

또한 단순히 판정 번복 성공뿐만 아니라 합의판정 시도와 신청 시점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선 어떤 장면이 있었을까. 먼저 지난 7일 넥센과 SK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양 팀이 세이프, 아웃 판정에 관해 한 번씩 합의 판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모두 기존의 아웃 판정이 그대로 이어졌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합의 판정은 없었다.
하지만 준 플레이오프에서는 합의판정 순간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넥센의 준 플레이오프에선 6회말 첫 번째 합의판정이 이루어졌다. 두산은 1-2로 뒤진 6회말 2사 1,2루 기회에서 오재원이 1B-2S 카운트에서 손승락의 공에 방망이를 휘둘렀고, 심판은 헛스윙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파울로 판정. 오재원은 다시 기회를 잡았지만 2루 땅볼로 물러났다.
반대로 넥센은 합의판정을 신청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넥센은 3-2로 앞선 9회말 1사 후 조상우가 김재호를 상대했다. 여기서 조상우가 김재호에게 던진 4구째 공이 몸 쪽으로 붙었고 심판은 사구로 김재호를 출루시켰다. 그러나 느린 화면상으로 공은 김재호의 몸을 맞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포수 박동원의 어필이 없었기 때문에 넥센 벤치도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조상우는 이후 3개의 볼넷으로 밀어내기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넥센은 연장 10회 접전 끝에 3-4로 패했다.
13일 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선 두산이 합의판정 결과에 울었다. 이날 경기서 넥센은 1회말 1사 1루 기회에서 윤석민이 좌익수 뒤로 넘어가는 타구를 날렸다. 좌익수 김현수가 끝까지 쫓아가 점프 캐치로 이 타구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공은 김현수의 글러브에서 나왔고 1사 1,2루가 됐다. 김태형 감독은 이 상황에서 일찌감치 합의판정을 신청했으나 연결 동작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결과는 합의판정 번복 실패.
두산은 1회 합의판정 기회를 소모하면서 경기 후반 중요한 순간에서 합의판정을 신청하지 못했다. 두산은 2-5로 뒤진 9회초 1사 1루 기회를 잡았다. 두산의 뒷심을 감안한다면 3점 차는 크지 않았다. 이 때 1S 이후 조상우가 던진 공은 타자 오재일의 발 쪽으로 향했다. 오재일은 몸에 맞았다고 항의했지만 구심은 인정하지 않았다. 느린 화면으로 봤을 때 오재일의 왼 발등에 공이 스쳤으나 두산은 합의판정 기회가 없었다. 이후 경기는 넥센의 5-2로 승리로 끝이 났다.
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선 득점과 연관이 없었으나 2회초 2사 1루서 김재호의 1루 태그 아웃 판정이 번복되며 세이프가 된 바 있다. 이처럼 합의판정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1경기, 1경기가 중요한 단기전에서 합의판정의 시도와 판정 번복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연 포스트시즌 남은 경기에서도 합의판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krsumi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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