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정규시즌 최종전 이후 고요했던 사직구장은 16일 조원우 신임감독 취임식과 선수단 소집으로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 오전 11시 취임식이 있었고, 선수들은 식사를 마친 뒤 오후 1시부터 약 1시간 30분 정도 가볍게 몸을 풀었다.
조 감독은 "오랜만에 다시 몸을 움직이니 갑자기 많이 움직이면 다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가볍게 몸만 풀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조 감독까지 더그아웃에서 철수하자 사직구장 그라운드에는 단 한 명만 남았다. 바로 주전포수 강민호다.
강민호는 홀로 그라운드를 계속 돌았다. 롯데 더그아웃 앞을 지나갈 때 '왜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냐'고 물었더니 "대표팀 합류하려면 지금부터 운동하고 준비해야 한다. 요 며칠은 결혼준비 할 것도 많아 시간이 없다. 여유있을 때 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말로는 "운동하기 싫다"고 투덜댔지만, 강민호의 책임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야구선수의 1년은 10월이면 끝이 난다. 강민호의 생체시계도 정규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긴장을 풀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민호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대표팀 합류를 준비하고 있었다.
강민호는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수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처음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까지만 해도 거의 막내였지만 이번 프리미어 12 대표팀에서는 야수 가운데 고참급이다. 특히 이번에는 포수 최고참으로 두 번째 참가하는 대회다. 양의지와 함께 안방을 잘 이끌어가야 할 중책을 짊어졌다.
강민호에게 2013년 WBC는 아쉬움으로 가득한 대회였다. 대회에서 개인 성적도, 대표팀 성적도 좋지 않았다. 다행히 다음 국제대회였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당장 눈앞으로 다가 온 프리미어 12에 남다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롯데 선수들은 오는 27일 대만 타이난으로 마무리훈련을 떠나지만, 강민호는 26일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있어 함께할 수 없다. 그리고 프리미어 12 개막전은 11월 8일, 강민호는 벌써 한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