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데이에서 걸쭉한 ‘입담’을 과시하며 분위기를 끌어가고 있는 김태형 두산 감독이 이번에는 의외로 이호준의 수비를 경계했다. 이호준도 이에 대해 유쾌하게 응수하는 등 양팀의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17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참석, “김경문 감독님은 워낙 준비를 철저히 하시는 분이다. 이번에는 투수 나성범, 이호준의 1루 수비를 준비했다고 들었다”라면서 “이호준은 수비가 워낙 뛰어난 선수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호준은 주로 지명타자로 활용되고 있다. 근래 들어 수비에 나선 기억은 거의 없다. 하지만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플레이오프에서는 엔트리 활용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으면 좋다. 이런 측면에서 이호준의 1루수 출전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 핵심 전력에 대한 의례적인 경계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것은 김 감독의 전력 때문이다.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당시 넥센 핵심 불펜 요원인 조상우에 대한 언급에 꽤 긴 시간(?)을 할애했다. “너무 많이 던지면 안 된다”라는 것이 골자였다. 조상우가 두산전에서 많이 던지게 되면 당연히 두산으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된다. 하지만 그 농담은 일정 부분 현실이 됐다.
조상우는 1차전에 출격했으나 3-2로 앞선 9회 끝내 동점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시리즈 판도가 여기서 갈렸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꽤 많다. 만약 이날 넥센이 이겼다면 5차전까지 갈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였던 4차전에서는 9회 마운드에 올랐으나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대거 4실점(3자책점)을 허용, 결국 믿을 수 없는 대역전패의 희생양이 됐다.
이에 대해 이호준은 “사실 수비보다, 나는 투수 출신이다. 1군 마운드에서도 섰다. 감독님이 내심 원포인트로 써주시길 바랐다”라고 웃음을 터뜨리며 “김태형 감독님이 보실 정도의 수비는 아닌데 몸으로 막는 것은 자신 있다. 배가 글러브다”라고 응수했다. 이에 대해 김태형 감독은 “우리도 마지막 히든카드는 홍성흔이 있다. 이호준이 1루로 나오고 홍성흔이 포수로 나오면 좋은 볼거리가 될 것이다”라며 양보하지 않는 입담을 과시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마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