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라인업에 포함되는 것을 두고 논란도 있었지만 역시 베테랑의 관록은 살아있었다. 홍성흔(38, 두산)이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리며 KBO 리그 역사에 금자탑을 세움과 동시에 팀의 승리에 일조했다.
홍성흔은 18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6번 지명타자로 출전, 3-0으로 앞선 4회 해커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이 홈런으로 홍성흔은 KBO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만 100안타를 기록한 첫 선수가 됐다. 통산 103번째 포스트시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사실 홍성흔은 이번 경기에 선발로 나설지 알 수 없는 형국이었다. 홍성흔은 올해 정규시즌 93경기에서 타율 2할6푼2리,7홈런, 46타점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기량의 하락세가 뚜렷하게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3경기에서 4번의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오히려 최주환이 5할5푼6리의 맹타를 휘두르며 더 좋은 타격감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의 1차전 선택은 홍성흔이었다. NC를 상대로 정규시즌 8경기에서 3할6푼의 좋은 타율을 기록했고 최주환이 지명타자로 들어갈 경우 경기 막판 오재원의 교체 상황을 메우기가 까다롭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홍성흔은 이런 김 감독의 선택에 부응했다.
1회 첫 타석에서는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비교적 잘 맞은 타구였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홈런을 터뜨렸다. 4-0으로 앞선 6회 세 번째 타석도 인상적이었다. 무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은 3루 방면으로 희생번트를 댔다. 타구가 비교적 강하긴 했지만 코스가 좋아 1루 주자 양의지가 2루에 가기는 무리가 없었다. 플레이 직후 김태형 감독의 얼굴은 벤치 사인이 아닌 홍성흔 자신의 판단이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시사하고 있었다.
팀의 승리에 일조한 홍성흔은 KBO 포스트시즌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기도 하다. 이날까지 통산 포스트시즌 103경기 출전에서 100안타, 10홈런, 42타점을 기록 중이다. 안타 뿐만 아니라 최다 루타(148루타), 타점에서도 1위다. 플레이오프만 따지면 경기, 안타, 2루타, 총루타, 타점에서 모두 꼭대기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편 홍성흔은 이날 관심을 모았던 또 하나의 베테랑 이호준(39, NC)과의 베테랑 매치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정규시즌 출장 경기만 따지면 합쳐 무려 3797경기에 이르는 두 선수는 이날 나란히 선발 6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하지만 홍성흔이 홈런을 때리며 활약한 것에 비해 이호준은 무안타로 침묵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두 선수의 싸움이 2차전에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창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