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김태형의 홍성흔 밀당, 가을을 위해서였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0.19 05: 58

"(홍)성흔이를 써야 될 것 같다"
지난 18일 마산구장에서 펼쳐진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누가 지명타자로 나가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지명타자 홍성흔은 6번 타순에 배치됐고, 달아나는 솔로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7-0 승리에 기여하며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1회초 첫 타석에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홍성흔은 4회초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으로 팀의 여유 있는 리드를 도왔다. 이는 그의 포스트시즌 통산 100번째 안타였다. KBO리그 역대 최초의 포스트시즌 개인 100안타이기도 하다. 홍성흔은 6회초 희생번트로 팀을 위한 희생정신까지 보여줬다.

경기 직후 홍성흔은 "팀을 잘 만나서 가을야구 경기를 많이 하다 보니 포스트시즌 100안타까지 온것 같다. 그 동안 함께했던 동료들한테 감사하다. 홈런은 상대 선발이 변화구를 많이 구사하는 것 같아서 초구 변화구를 노리라는 주문을 타격코치님께 받았는데 적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NC전 기록이 좋았던 점을 믿었는데, 이 부분이 통했다. 김 감독은 "성흔이는 NC전 성적이 좋았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는 정규시즌 NC전에서 타율 3할6푼(25타수 9안타), 1홈런 8타점으로 강했다. 상대 선발은 에이스 에릭 해커였지만,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홍성흔을 비롯한 두산 선수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감독의 믿음도 큰 작용을 했다. 미디어데이에서 과감한 발언도 마다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1차전 직전에 묻자 김 감독은 "선수들한테 여유를 주고 싶었다"고 한 뒤 "이기고 싶은 절실한 마음도 있지만, 선수들이 편해야 한다. 현역으로 뛸 때도 때도 김인식 감독님께 포스트시즌에 특별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었다. 선수들이 나가서 자기 기량을 발휘하기만 바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홍성흔에게도 이와 같은 마음을 품고 믿어줬고, 이것이 가시적 성과로 나타났다.
홍성흔이 팀 분위기를 살리는 선수라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었다. 1차전을 승리로 이끈 후 김 감독은 "경기 전에도 얘기했지만 당분간 성흔이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벤치 분위기를 올리는 점이나, 희생번트를 대고 들어올 때 선수들이 성흔이를 맞이하는 그런 분위기가 정말 좋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홍성흔은 팀을 위해, 팀은 홍성흔을 위해 서로를 배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의 번트 상황에 대해 김 감독은 "사인은 아니었다. 본인이 알아서 댔는데, 이런 모습들이 보기 좋다"라고 이야기했다. 홍성흔은 홈런을 친 다음 타석임에도 주저하지 않고 주자를 한 베이스 앞으로 보내는 과정에 집중했고, 이런 모습을 본 선수들은 벤치로 들어오는 베테랑을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김 감독은 올해 팀의 맏형인 홍성흔에게 관대하지만은 않았다. 몸에 큰 이상이 없었을 때도 부진을 이유로 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결단도 있었고, 한때는 "스윙을 보면 반등할 것 같지 않다"는 혹평도 서슴지 않았다. 느슨한 주루 플레이를 하고 벤치로 들어오던 홍성흔을 불러세워 호통을 친 것도 김 감독이었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는 믿었다. 상대 선발이 우완일 때 활용 가능한, 최근 타격감이 좋은 최주환이 있음에도 홍성흔을 중용하는 까닭에 대해 김 감독은 "그냥 성흔이를 좀 써야 될 것 같다"고 답할 뿐이었다. 선수는 경기가 시작되자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홈런포를 가동하며 감독의 신뢰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가끔은 홍성흔을 긴장시키고, 때로는 풀어주며 기를 살려준 김 감독의 '밀당'은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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