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2] 번트를 가지고 논 김경문, 지략으로 뒤집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0.19 21: 27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희생번트 작전을 좋아하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처음 감독이 된 후에는 극단적으로 번트를 자제했다. 이후 필요한 순간에는 유연하게 번트를 이용하지만, 근본적으로 번트를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다.
번트는 감독이 책임을 피하기 위한 작전이라는 말도 있다. 통계에 따르면 1루에서 2루로 보내는 번트가 강공에 비해 기대득점이 오히려 낮다는 건 이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렇지만 딱 1점이 필요할 때는 여전히 번트가 유용한데, 일단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갖다놓고 다음 타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그래서 김 감독의 야구를 '뚝심'이라고 정의하는 이가 많다.
19일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김 감독은 작전야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줬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벤치가 1년에 작전으로 이길 수 있는 건 정말 얼마 안 된다'라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지만, 단기전에서는 과감한 작전 승부수로 NC를 벼랑에서 구해냈다.

1차전을 내준 가운데 NC 타선은 7회까지 상대 선발 장원준에게 무득점으로 묶였다. 게다가 8회초 호투하던 선발 잭 스튜어트가 오재원에게 솔로포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이러한 가운데 8회말 선두타자 손시헌이 바뀐 투수 함덕주를 상대로 좌전안타로 출루했고, 벤치에서는 대주자 최재원을 냈다.
다음 타자는 8번 지석훈, 누가 보더라도 1점이 필요한 NC가 선택 할 답안은 희생번트로 보였다. 실제로 지석훈은 번트 모션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석훈은 강공으로 전환, 좌익수 왼쪽 2루타로 1루에 있던 최재원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누구나 번트를 생각한 순간 김 감독은 뚝심으로 강공을 선택했고,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
무사 2루에서 NC는 정석대로 희생번트로 주자를 3루에 갖다 놨다. 그리고 1사 3루 타석에는 김성욱이 섰다. 두산은 1점만 내주면 역전이 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타자와 승부를 하지 않았다. 초구, 2구 모두 볼이 들어갔다.
그런데 함덕주가 와인드업을 한 순간, 갑자기 김성욱이 스퀴즈 번트 모션을 취했고 3루에 있던 지석훈은 홈으로 파고들었다. 경험이 적은 함덕주는 투구밸런스가 흔들리며 백네트 쪽으로 공을 던지고 말았다. 폭투로 결승점을 올린 것이다. 두산이 볼넷으로 1루를 채울 가능성이 높던 순간, 김 감독은 과감한 스퀴즈 모션으로 상대를 흔들며 득점을 얻었다.
김 감독은 말 그대로 번트를 갖고 놀았다. 작전으로 김 감독은 주도권을 잡았고, NC는 위기에서 탈출했다. 단기전에서는 벤치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다. /cleanupp@osen.co.kr
[사진] 창원=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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