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제구 마스터’ 손민한-유희관 신구대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20 10: 22

마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이 잠실에서 시리즈를 끝내기 위한 중요한 결전에 돌입한다. 나란히 제구력에 강점이 있는 두 투수를 선발로 예고했다는 것은 흥미롭다. 손민한(40, NC)과 유희관(29, 두산)의 ‘송곳 투구’에 시리즈 향방이 갈릴 수도 있다.
NC와 두산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에 각각 손민한과 유희관을 선발로 예고했다. 두 팀은 18일과 19일 마산에서 열린 1·2차전에서 1승씩을 주고받으며 승부를 내지 못했다.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3차전 승부가 절대적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3차전 선발로 나설 두 선수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졌다.
이미 1·2차전에서 ‘확실한’ 선발투수의 위력을 실감한 두 팀이다. 1차전에서는 더스틴 니퍼트(두산)가 완봉승을 거두며 두산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차전에서는 재크 스튜어트(NC)가 9이닝 1실점 완투승으로 그 빚을 고스란히 갚았다. 만약 3차전 선발투수가 호투한다면 그 경기의 승패는 물론 4차전 투수 운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손민한과 유희관의 투구에 이번 시리즈의 향방이 상당 부분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며 2008년 이후 첫 두 자릿수 승수(11승)를 달성한 손민한, 그리고 올 시즌 18승을 달성하며 두산 좌완 역사를 다시 쓴 유희관 모두 제구력 위주의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두 선수의 구속은 빠른 편이 아니다. 불혹의 나이인 손민한의 구속은 상대 타자들의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유희관은 때로는 빠른 공 최고 구속이 130㎞대에 머문다. 의도적으로 120㎞대까지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두 선수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정교한 제구와 공의 움직임이다. 손민한의 경우 워낙 홈플레이트에서 공의 움직임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똑바로 들어오는 공은 없다고 보면 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유희관은 좌우, 상하를 폭넓게 오고가며 구석구석 찔러 넣는 제구력이 일품이다. 기본적으로 제구력 위주의 투수들이라고 볼 수 있다.
볼넷이 제구력을 증명하는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겠지만, 두 선수의 9이닝당 볼넷 허용 개수는 리그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유희관은 올 시즌 189⅔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은 44개였다. 9이닝당 볼넷 개수는 2.09개로 우규민(LG, 1.00) 윤성환(삼성, 1.39) 해커(NC, 1.59) 소사(LG, 1.67)에 이어 리그 5위였다. 왼손 투수로서는 단연 1위 성적이다. 왼손 투수 2위 성적인 레일리(롯데, 2.86)와는 꽤 큰 차이가 났다.
손민한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제구력을 가지고 있다. 전성기 시절부터 정평이 난 부분이다. 손민한의 올 시즌 9이닝당 볼넷 개수는 단 1.29개에 불과하다. 두산을 상대로도 1.48개로 좋은 성적을 냈다. 여기에 노련한 경기 운영도 선보여 상대적인 구위의 저하를 이겨냈다. 맞아서 지는 경기는 있어도,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를 보기는 어려웠다. 큰 무대에서는 이런 측면이 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관건은 최근 페이스다. 유희관은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페이스가 떨어졌다. 9월 이후 평균자책점은 6경기에서 무려 8.89다. 구위의 저하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손민한 또한 9월 이후 평균자책점은 5.74로 시즌 평균보다 높았다. 아무래도 시즌을 치르면서 피로도가 어느 정도는 누적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손민한의 경우 푹 쉬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감각적인 측면은 물음표로 남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급격히 달라진 환경에 타자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도 화제가 될 수 있다. 두 팀은 1·2차전에서 비교적 빠른 공을 본 편이었다. 두산 1차전 선발 니퍼트는 최고 153㎞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졌다. NC도 1·2차전 선발로 나선 에릭 해커와 재크 스튜어트의 공도 느리지 않은 편에 속했다. 10~15㎞에 이르는 구속 차이가 난다. 타자들이 좀 더 쉽게 공략할지, 아니면 오히려 타이밍이 맞지 않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양팀 포수들의 중요성도 적지 않은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뒤에 오르는 ‘두 번째 투수’들의 임무와 유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라도 예상해볼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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