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을 그럼 누구를 넣을까. 좋은 꿈 꾼 것 있으면 감독에게 알려달라. 감독이 소신을 갖고 운영을 해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이 라인업을 밀어붙일 것이다. 지금 우리 팀은 이 라인업이 감을 잡아야 이길 수 있다."
NC 다이노스가 올해 정규시즌에서 달성한 대기록, 바로 주전선수 9명이 모두 규정타석을 채운 것이다. 포수 김태군, 1루수 에릭 테임즈, 2루수 박민우, 3루수 지석훈, 유격수 손시헌, 좌익수 김종호, 우익수 나성범, 중견수 이종욱, 지명타자 이호준. NC는 이들 9명이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켰고, 덕분에 정규시즌 2위라는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이는 김경문 감독의 뚝심과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래 김 감독은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경기에 자주 개입을 해서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것보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해 최고의 플레이를 하게끔 유도를 한다. 올해 NC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모두 뒤엎고 정규시즌 2위를 달성한 건 김 감독의 뚝심이 큰 역할을 했다.

단기전에 돌입해서도 김 감독의 야구는 달라지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와 18일 가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NC는 단 3안타에 그치며 영패를 당했다. 그럼에도 19일 2차전 라인업은 1차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NC는 2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는데, 사실 타선이 터져서라기 보다 승부처에서 작전으로 점수를 짜낸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
현재 NC 주전타자 9명 가운데 안타가 없는 건 3명이다. 3번 이종욱(7타수 무안타 1볼넷)과 5번 나성범(5타수 무안타 1볼넷), 6번 이호준(6타수 무안타)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3,5,6번 타자 모두 팀 공격을 풀어가야 할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선수들이다. 그렇지만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는 이들이 철저하게 가로막히면서 공격의 혈도 꽉 막혀있다.
과연 이들 3명의 타자들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그대로 나올까. 김 감독의 스타일 상 이들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낮다. 대신 타순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2차전이 끝난 뒤 김 감독은 "2차전을 하면서 3차전에는 타순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연습하는 것을 보고 생각해보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NC는 주전선수들이 맡은 일을 해줘야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는 팀이다. 정규시즌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아직 플레이오프 안타가 없는 3인방이 잠실에 가서는 잠에서 깨어날지 주목된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