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에서는 아홉수를 넘기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결말을 지배하는 단어는 ‘아쉬움’이었다. 그러나 이대은(26, 지바 롯데)이 비교적 무난한 첫 시즌을 보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6년에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그 과정에는 프리미어12가 있다.
길었던 마이너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지바 롯데에 입단해 새 출발을 알린 이대은은 올 시즌 37경기(선발 17경기)에서 119⅔이닝을 던지며 9승9패 평균자책점 3.84의 기록으로 시즌을 마쳤다. 비록 한국인 최초 일본무대 10승의 타이틀은 기록하지 못했으나 무난한 성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때 지바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20일 귀국하는 이대은은 내년에도 지바 롯데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이대은은 처음부터 2년 계약을 맺었다. 2년차 연봉은 1년차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사전에 계약이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좀 더 조율할 부분이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별다른 이변이 없는 이상 계약대로 지바 롯데에서 1년을 더 뛸 전망이다. 지바 롯데에서도 이대은의 첫 시즌에 대해 비교적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기에 좋은 성적을 내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던 이대은이다. 전반기 22경기에서 8승을 기록하며 10승 투수 대열에 올라설 것이 유력해보였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다소간 페이스가 처지는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대은은 후반기 들어 평균자책점은 3.59로 나쁘지 않았으나 1승7패를 기록하며 10승 달성에 실패했다. 52⅔이닝에서 37개의 볼넷을 허용한 것이 발단이 됐다. 제구가 흔들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
이는 포스트시즌 엔트리 탈락으로 이어졌다. 시즌 막판 구위가 떨어졌고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니혼햄(5경기 평균자책점 6.08), 소프트뱅크(7경기 4.05)전 상대 성적이 좋지 못했다는 것이 원인이 됐다. 다른 관계자는 파이널 스테이지 돌입 당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일본시리즈에 나갈 경우 엔트리에 포함되기로 구단과 협의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바 롯데가 소프트뱅크전에서 3연패로 탈락돼 이는 없던 일이 됐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고, 오히려 더 고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빠른 공을 던지는 이대은은 올해가 사실상 풀타임 첫 해였다. 후반기로 갈수록 여러 부분에서 문제를 드러낸 것도 이와 연관이 있었다. 경험이 쌓이고, 일본 무대에 적응한 만큼 내년에는 더 꾸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유효하다. 계약 당시와 비교하면 팀 내 입지도 많이 향상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철저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특유의 ‘현미경’이 이대은을 낱낱이 살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후반기 들어 성적이 저조해진 이유를 여기서 찾는 전문가들도 있다. 상대의 분석을 이겨낼 만한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올해 11월 열릴 프리미어12 대표팀 엔트리에도 포함된 이대은이다. 우완 선발감이 마땅치 않아 이대은의 어깨가 무겁다. 만약 프리미어12에서 확실한 인상을 심어준다면 장기적으로 자신의 가치에도 큰 도움이 될뿐더러 내년의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대회가 될 전망이다. 이대은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