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양의 야구 365]‘인간승리’ 지석훈, ‘울보’에서 ‘독종’이 되기까지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5.10.20 07: 43

인간에게 환경의 변화가 얼마나 대단한가는 프로야구에서 종종 증명되곤 합니다. 갑작스런 트레이드로 소속팀을 바꾼 후 제2의 전성기를 열어가는 선수들을 보면 환경의 변화와 달라진 마음가짐이 선수 발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 가를 실감합니다.
NC 다이노스가 포스트시즌서 귀중한 첫 승을 올리며 두산 베어스와의 승부를 1승 1패로 균형을 맞추는데 기여한 3루수 지석훈(31)도 ‘환경의 변화’로 인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3년 프로에 입단한 후 지석훈은 10년이 넘는 긴 세월을 만년 백업멤버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2013년 4월 트레이드로 넥센 히어로즈에서 NC 다이노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에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14년에는 친정팀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15경기서 4할1푼9리의 고타율에 10득점 18안타 2홈런 12타점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예전의 지석훈이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여세를 몰아 올 시즌에는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차며 튼실한 수비와 함께 쏠쏠한 방망이 솜씨까지 발휘하며 ‘완전체’로 성장한 ‘늦깎이’ 스타로 탄생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부터 달궈진 지석훈이 마침내 일을 냈습니다.
지난 19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년 KBO리그 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와의 2차전에서 0-1로 뒤진 8회말 공격 무사 1루에서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적시2루타로 동점을 만든데 이어 벤치의 스퀴즈 작전과 상대 투수 폭투로 홈을 밟아 NC의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패색이 짙었던 경기 막판의 짜릿한 동점타와 역전 득점으로 NC의 플레이오프 성적표를 1승 1패로 만들며 수렁에서 건져냈습니다.
프로데뷔 후 10년 넘게 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던 지석훈은 NC에서 마음껏 기량을 뽐내고 있습니다. 19일 경기 후 많은 NC팬들은 그라운드에서 히어로 인터뷰를 하는 지석훈을 바라보며 ‘지석훈’을 연호, 이제는 지석훈이 NC의 보배가 됐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석훈이 NC의 보배로 성장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지석훈은 사실 휘문고교시절 장래가 촉망되던 기대주였습니다. 2001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동산고 에이스 송은범(현 한화 이글스)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우승, 대회 최우수선수에 선정되는 등 공수를 겸비한 유망주였죠. 덕분에 현대 유니콘스에 신인2차지명 1순위로 입단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습니다. 당시 현대에는 쟁쟁한 선배들이 내야진을 지키고 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좀처럼 없었습니다. 수비실력에 비해 타격은 늘지 않아 주전 도약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유격수 박진만 등이 삼성으로 옮기면서 2007년 주전 유격수로 발탁되며 기회를 잡는 듯 했지만 ‘여린 마음’이 문제였습니다.
경기 중 실수를 하거나 타격이 안되면 혼자 고민을 하며 힘들어했습니다. 급기야는 감독실 찾아 눈물을 보이며 “야구 그만하겠다”고 말해 듣는 감독도 마음이 찡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도 달래서 마음을 다잡게한 후 상무에 입대, 정신적으로 강해지길 코칭스태프는 바랬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일이 다 그렇듯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했지만 넥센 내야진은 강정호(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후배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후배들에 밀려 백업에 머물던 지석훈에게 2013년 NC로의 트레이드는 또 다른 야구인생을 열게 해준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신생팀인 NC로 온 지석훈은 이전보다 더 많은 출장기회를 얻으며 ‘유틸리티맨’다운 수비 솜씨와 함께 장타력까지 갖춰가며 공격도 안정된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지석훈은 지금처럼 NC에서 주전으로 성공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19일 승리 후 지석훈은 “일단 경기에 출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편안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주전으로 뛴다는 것에 편안함과 책임감이 생겼습니다”면서 “나이도 먹었고 NC가 마지막이라는 다짐이 스스로를 채찍하며 경기력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고 뒤늦게 성장하고 있는 배경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석훈은 “아무래도 ‘강한’ 감독님(NC 김경문 감독)과 함께 하게 된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강한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나도 더 강한 선수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훈련하고 경기에 나가고 있는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습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경문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성장시키는 사령탑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야말로 한때는 마음 여린 ‘울보 선수’에서 이제는 하위타선의 지뢰밭 노릇을 톡톡히 하는 ‘독종 선수’로 재탄생하고 있는 지석훈입니다. 남은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지석훈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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