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일 마산 NC-롯데전. 2-2 동점으로 맞선 9회말 무사 2루에서 NC 지석훈(31)이 번트에서 강공으로 전환했다. 배트를 반 토막으로 잡고 있던 허리를 굽히고 있던 지석훈은 허리를 세웠다. 그리고 배트를 길게 잡고 홍성민의 초구를 정확하게 밀어 쳤고, 우측 빠지는 끝내기 안타로 승부를 끝냈다. 지석훈의 작전수행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그로부터 110일의 시간이 흐른 지난 19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2차전. 지석훈의 페이크번트&슬래시가 다시 한 번 경기를 지배했다. 0-1로 뒤진 8회 무사 1루에서 번트 동작으로 초구 볼을 거른 뒤 2구째에 갑자기 번트에서 타격으로 바꿨다. 1루 주자 최재원이 스타트를 끊은 가운데 타구는 좌측 라인으로 빠지며 1타점 2루타로 연결됐다.
지석훈은 "사인이 나서 한 것이다. 연습이 되어있었다. 오늘도 경기에 들어가기 전 연습을 했는데 기회가 왔다"며 "감독님께서 좋은 사인을 내셨다. 나 역시 내심 앤드런 사인이 나길 바랐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를 많이 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지석훈은 팀 내에서 작전 수행 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된다. 올해 주전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 수비형 선수로 살아남기 위해 특화된 장점이다. 그는 "작년부터 페이크번트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떨리는 건 없다. 연습을 많이 한 덕분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0-1로 뒤진 8회말 상황에서 작전을 걸기란 쉽지가 않다. 김경문 감독 역시 "고민을 했다. 베이징 올림픽이 생각 날 정도였다. 번트를 생각했지만 볼카운트가 유리해지면서 승부수를 띄웠는데 2루타가 나왔다.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작전수행능력을 자랑한 지석훈을 치켜세웠다.
올 시즌 중에도 김 감독은 지석훈에 대해 보여지는 기록 이상의 평가를 내렸다. 김 감독은 "야구가 3할 타율이나 10승 외에도 팀이 정말 필요로 할 때 해주는 성적이 있다. 연승으로 잘 나갈 때보다 팀이 어려울 때 1승이 중요하다. 우리 팀에서는 지석훈이 그런 역할을 해준다"고 칭찬했다. 올해 NC의 3차례 끝내기 승리도 모두 지석훈이 만든 것이다.
자칫 2연패로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놓일 수 있었던 NC였지만 지석훈의 놀라운 작전수행이 팀을 구했다. 지석훈은 "기분은 말할 수 없이 기분 좋다. 마산 홈에서 포스트시즌 첫 승을 했고, 앞으로 잘될 것 같다. 작년보다 마음도 편하다"고 자신했다. NC의 치밀한 반격, 그 중심에 지석훈이 있었다. /waw@osen.co.kr

[사진] 창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