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부터 도박까지’ 도덕성 위기 맞은 프로야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21 05: 33

역사적인 10개 구단 체제 출범에 들떴던 프로야구가 첫 해부터 이런 저런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고 있다. 약물, 음주, 부적절한 사생활이 팬들의 지탄을 받은 것에 이어 이번에는 도박 의혹까지 터졌다. 선수들은 권리만 찾은 채 팬들의 사랑과 신뢰를 외면했고 구단은 이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끌려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인 삼성 사장은 20일 대구 북구 고성동 대구시민운동장 관리소 2층 VIP룸에서 열린 긴급 기자 회견을 통해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은 최근 소속 선수의 도박 의혹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첫 보도가 나온 지 5일 만에 삼성의 공식적인 방침이 나온 것이다. 김 사장은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은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야구계에서는 “일단 현 시점에서 삼성이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의 몇몇 선수들은 최근 해외에서 억대 도박을 했다는 의혹에 시달리며 파문을 일으켰다. 그것도 주축 선수들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컸다. 다만 아직 혐의가 입증된 것은 없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삼성이 최선의 선제적 대응을 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현실 자체는 분명히 비극이다.

실제 죄가 있는지는 검찰이나 경찰의 추후 수사에서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징계도 그 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스캔들이 터졌다는 자체만으로도 프로야구의 신뢰에는 큰 타격을 준다는 게 문제다. 설사 무죄로 드러나도 그간의 잡음을 깨끗하게 지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올해 들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이 많이 터졌다는 점도 뼈아프다. “선수들의 개인적 일탈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라는 말도 나온다.
올해 들어서는 약물 사건, 음주 사건, 사생활 파문 등 리그 이미지를 깎아 먹는 사건들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최진행(한화)은 약물 복용이 적발돼 3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LG의 정찬헌 정성훈은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켜 KBO(한국야구위원회) 및 구단의 자체 징계를 받았다. 또한 최근 장성우(kt)는 개인적인 물의를 일으켜 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여기에 억대 도박 스캔들까지 추가됐다.
선수들의 권리는 프로야구 초창기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초창기에는 구단이 철저한 ‘갑’의 위치에 서 있었다면, 이제 야구만 잘하면 선수가 ‘왕’이 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치솟고 있는 프리에이전트(FA) 금액은 이를 증명한다. 그러다 보니 구단의 관리·감독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구단에서는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간섭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항변하지만 그 전에 얼마나 철저한 교육을 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한 원로 감독은 올 시즌 중반 “이름만 되면 알 만한 스타가 되다 보니 선수들이 자기는 모든 것을 다할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 구단은 ‘오냐 오냐’밖에 못한다”라면서 “사실 프로야구 초창기 때야 선수들을 보는 눈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많은 것이 달라졌다. 더 조심해야 하는 시대에 고삐가 풀려가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일부 선수들의 일탈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비난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서로가 더 조심해야 한다. 프로야구의 브랜드 추락은 곧 선수들의 일자리 상실로 직결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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