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에서 벌어졌던 1, 2차전과는 다른 재미의 선발 맞대결이 펼쳐진다. 천적들을 넘으면 선발이 경기를 지배하는 투수전도 가능하다.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손민한(40, NC 다이노스)과 유희관(29, 두산 베어스)이 선발로 맞대결한다. 각자 팀 내에서 최고의 기교파로 통하는 두 투수는 1, 2차전 승리투수인 더스틴 니퍼트, 재크 스튜어트와는 다른 방법으로 타자들을 요리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130km대 후반에서 주로 형성되는 손민한은 포심보다 투심을 더 많이 쓴다. 그의 투심은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움직임이 커 범타를 유도하기 좋다. 포크볼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고르게 잘 던진다는 것도 강점. 컨디션이 좋을 때 특유의 완급조절로 타자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손민한 피칭의 진수다. 105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이 15개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이 최대 장점이다.

유희관은 손민한보다 공은 더 느리지만 189⅔이닝을 소화한 토종 최고의 이닝이터 중 하나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120km대 중반~130km대 초반에 불과하나 전매특허인 싱커가 타자들에게는 까다로운 구종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성향도 보여준다. 1~3회 피안타율이 2할7푼8리인 유희관은 4~6회 2할6푼5리, 7~9회 2할4푼7리로 타자들의 방망이를 점점 약해지게 만들었다. 공이 빠르지 않은 대신 투구 수 누적에 따른 구속 감소 폭은 적다.
둘 다 상대 전적은 나쁘지 않다. 정규시즌 11승 6패, 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한 손민한은 두산전 5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4.81을 올렸다. 유희관은 3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84로 자신의 시즌 성적(평균자책점 3.94)보다 괜찮았다.
이번 3차전에서는 천적을 넘는 것이 승리로 가는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팀의 토종 간판타자들은 이들을 잘 공략했다. 올해 김현수는 손민한을 맞아 12타수 6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나타냈다. 양의지도 손민한과의 승부에서 9타수 3안타로 선전했지만 우측 엄지발가락 미세골절로 인해 선발 출장하기는 힘들다. NC로 눈을 돌리면 나성범이 유희관을 만나 8타수 4안타 1홈런으로 기세를 올렸다.
이들 외에도 강세를 보인 타자들은 있다. 손민한은 민병헌(10타수 4안타), 오재원(9타수 3안타 1홈런), 홍성흔(8타수 3안타 1홈런)에 공략당했다. 박건우도 손민한을 맞아 4타수 2안타로 좋은 타격을 했기 때문에 홍성흔과 박건우 중 누가 지명타자로 나오더라도 두산은 기대가 생긴다. 최주환과는 정규시즌 맞대결 기록이 없다. NC에는 유희관의 공을 잘 쳤던 김태군(8타수 3안타 1홈런)이 있다.
양 팀 통틀어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에릭 테임즈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유희관은 테임즈를 만났을 때 어렵게 승부했다. 장타 없이 5타수 1안타로 막아내 치명상은 입지 않았으나 테임즈도 쉽게 속지 않아 볼넷 4개를 얻어냈다. 테임즈는 앞선 2차전까지 볼넷과 몸에 맞는 볼 없이 6타수 2안타로 선전했지만 장타는 없었고, 도루 1개를 성공시켰다. 마산보다 넓은 잠실에서 그가 어떤 타격을 할지도 주목할 포인트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