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대형선수가 등장했다. 혼혈선수 첼시 리(26, KEB하나은행)가 주인공이다.
첼시 리는 20일 오후 청운동 하나은행 체육관에서 벌어진 삼성생명과의 연습경기서 처음 실전에 투입됐다. 그는 186cm의 신장에 다부진 체격을 가졌다. 리는 삼성생명의 외국선수 키아 스톡스(22, 191cm), 앰버 해리스(27, 193cm)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골밑에서 전투적으로 잡아내는 리바운드와 훅슛이 일품이었다.
국내무대서 리는 외국선수가 아닌 혼혈선수 신분으로 뛰게 된다. 하나은행은 리와 또 다른 외국선수가 동시에 코트를 밟을 수 있다는 뜻. 신지현(20)의 시즌아웃에도 불구, 하나은행은 돌풍의 팀으로 떠오를 수 있게 됐다. 향후 미국시민권자인 리가 정식으로 귀화절차를 밟을 경우 국가대표팀의 전력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다음은 리와의 일문일답.

▲ 한국에서 뛰게 된 소감은?
흥분된다. 내가 뛰던 무대와 다른 스타일이다. 훨씬 더 많이 뛴다. 몸을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
▲ 첫 연습경기를 해본 소감은?
아직 몸이 안 돼 있지만 수비와 리바운드는 만족한다. 다만 나보다 더 큰 선수를 상대할 때 마무리를 잘 못한 것 같다. 몸을 만들어 더 연습을 해야 될 것 같다. 연습을 하다보면 좋아질 것 같다.
▲ 할머니가 한국 사람으로 알고 있다. 가족배경이 어떻게 되나?
사실 내가 입양이 됐기 때문에 가족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4살 때 입양이 됐다. 마이애미에서 태어났다. 2013년 대학 4학년 때 해외리그서 뛰기로 결심했다. 여권신청을 하면서 (유전적) 부모가 한국계라는 것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그 사실을 에이전트가 한국구단에 알리면서 한국에 오게 됐다.
▲ 그렇다면 미국시민권자이면서 한국시민권도 가지고 있나?
현재 미국시민권만 가지고 있다. 한국 여권은 가지고 있지 않다. 이중국적을 가질 수 있는지 아직 모른다. 취업비자는 신청한 상태다.
▲ 어릴 때 한국에 대한 추억은 전혀 없나?
한국에 처음 왔다. 추억은 없다.
▲ 본인의 성인 리(Lee)는 한국계 부모의 성을 따른 것인지?
그렇다. 입양된 가족이 아니라 내 친부의 성인 이(LEE)를 따른 것이다.
▲ 농구는 언제 시작했나?
12살 때 시작했다. 난 사실 바비인형을 갖고 노는 것을 더 좋아했는데 키가 커서 주변에서 농구를 권했다.
▲ WNBA에서 뛰던 선수들(해리스와 스톡스)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았나?
아니다. (스톡스가) 나보다 키가 커서 블록슛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톡스를 막을 때 편안하게 했다. 자신 있게 잘 막았고 리바운드도 잘했다.
▲ 힘이 세고 공격적인 스타일인 것 같다.
가끔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 팀에서 내가 제일 큰 선수지만 상대선수보다는 작다.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수비와 리바운드를 더 열심히 공격적으로 한다.
▲ 지금 몸 상태는?
60% 정도다. 한국 온지 겨우 9일 됐다. 처음 왔을 때 한국이 러닝을 정말 많이 해서 반도 못 따라갔다. 몸을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
▲ 체중감량은 어느 정도 해야 하나?
지금 102kg정도 나가는데 10kg정도 더 빼야 할 것 같다.
▲ 한국선수와 주로 매치 될 텐데, 과연 한국선수들이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다. 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서 부담감이 있다. 코치님이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no pain no gain)고 하셨다. 그것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
▲ WNBA에서 닮고 싶은 선수는?
실비아 파울스(30, 미네소타 링스, 198cm)나 캔디스 파커(29, LA 스팍스, 193cm)를 닮고 싶다. 특히 파울스가 마이애미 출신이라 어렸을 때 부터 뛰는 것을 많이 봤다.
▲ 향후 한국국적을 얻어서 한국 대표팀에서 뛰고 싶은 생각도 있나?
물론이다. 한국대표팀을 위해 뛰고 싶다. 내 뿌리에 대해 알게 돼서 기쁘다. 여기서 생활하면서 한국문화를 더 알고 싶다. 나중에 귀화해서 국가대표까지 뛰고 싶다.
▲ 다른 외국선수와 함께 코트에 서는 것이 대단한 이점으로 보인다.
나와 외국선수가 동시에 뛰면 동료들에게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이다. 일단 몸을 더 만들어야 할 것 같다.
▲ 한국음식도 먹어봤나?
참외를 좋아한다. 갈비가 진짜 맛있다. 하지만 지금 몸무게 관리를 하느라 많이 못 먹어 아쉽다. 하하.
▲ 올 시즌 목표는?
평균 더블더블을 하고 싶다. 15점, 10리바운드는 하고 싶다. 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리바운드인 것 같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