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가을남자로 포스트시즌을 지배했던 이종욱(35·NC)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어느덧 20연타수 무안타다.
이종욱은 지난 18~19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각각 3타수 무안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볼넷 1개를 골라냈을 뿐 삼진 3개와 병살타 1개로 흐름을 끊었다. 그것도 3번 중심타선에서 찬스를 계속해서 놓치는 바람에 부진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종욱은 지난해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0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NC 이적 후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올라왔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아직 안타를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누구보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기 때문에 그의 타격 부진은 더욱 의외다.

이종욱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안타는 두산 시절이었던 2013년 삼성과 한국시리즈 7차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회 첫 타석에서 우측 2루타를 터뜨린 뒤 이번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7경기 23타석에서 볼넷 3개를 제외하면 20타수 연속 무안타 침묵이다.
이종욱은 원래 가을 남자였다. 2007~2013년 포스트시즌 통산 57경기 227타수 70안타 타율 3할8리 2홈런 20타점 15도루로 펄펄 날았다. 2007년 한화와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11타수 6안타 타율 5할4푼5리 1홈런 3타점 7득점으로 MVP에 올랐다.
이듬해 삼성과 플레이오프에서도 6경기 29타수 15안타 타율 5할1푼7리 3타점 6득점으로 맹활약하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 MVP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심리적 부담이 커서인지 최근 2년의 부진은 심각하다.
NC 김경문 감독은 1차전 부진에도 이종욱을 2차전에 3번 타순에 내세웠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3차전은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2차전을 마친 후 "3차전에는 타순을 한 번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 전 연습을 보고 결정하겠다"며 타순 변경을 암시했다. 3번 타순 부담이 너무 크다.
포스트시즌 통산 63경기뿐만 아니라 숱한 국제대회에서도 그라운드를 누볐던 이종욱이다. 지금 같은 부진이 처음이라 우려가 크지만, 그가 살아나면 NC 타선도 무섭게 살아날 수 있다. 이종욱이 남은 포스트시즌에서 가을남자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사진] 창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