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최진철(44) 감독이 새로운 역사를 쓸 기세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1일(한국시간) 오전 칠레 라세레나 에스타디오 라 포르타다에서 열린 기니와 국제축구연맹(FIFA) U-17 칠레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서 추가시간 터진 오세훈의 골로 1-0으로 이겼다. 승점 6점을 확보한 한국은 24일 잉글랜드전 결과에 상관없이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최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한국은 주전 중앙수비수 최재영(17, 포항제철고)이 브라질전에서 무릎부상을 당했다. 오른쪽 발목을 다친 공격의 핵심 장결희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전력에서 제외됐다. 당초 그렸던 큰 그림이 엇나간 상황. 하지만 최 감독은 당황하지 않았다.

기니전에서 최진철 감독은 브라질전 후반전 최재영과 교대했던 이승모(17, 포항제철고)를 주전수비수로 썼다. 한국은 전반전 공격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고 끌려 다녔다.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부족해 슈팅을 허용하는 횟수도 잦았다.
결국 최 감독은 응급처방을 내렸다. 후반전 이승모를 미드필드로 올리고 김승우를 수비수로 넣어 전술적 변화를 꾀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한국은 수비가 안정을 찾으며 공격까지 풀리기 시작했다. 후반 18분 이승우의 강력한 중거리 슛에 이어 흘러나온 공을 박명수가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의 기막힌 선방이 아니었다면 선제골이 터질 상황. 운이 따르지 않았다.
최 감독은 공격에서도 ‘신의 한 수’를 뒀다. 후반 46분 이승우를 제외하며 오세훈을 넣었다. 마지막 종료휘슬이 울릴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공격적인 선수교체가 빛을 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세훈은 후반 47분에 극적인 결승포를 터트리면서 감독의 기대에 200% 보답했다. 최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마치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했을 때 최 감독이 보여준 표정을 다시 보는 듯했다.
한국이 FIFA 주관대회서 조별리그 1,2차전을 모두 이겨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것은 사상최초다. 그만큼 최진철호의 승리는 시원했다. 잉글랜드전 결과와 상관없이 한국은 16강에 간다. 늘 경우의 수를 따졌던 한국에게 낯설고도 기쁜 상황이다.
한국은 신태용 서정원 김봉수 김인완 등이 활약한 1987년 대회와 손흥민과 김진수가 주축이 된 2009년 대회서 8강에 오른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최진철호는 U-17 월드컵에서 ‘한일월드컵의 4강 신화’를 재현할 기세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