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빠진 삼성 마운드, 시련인가 기회인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0.21 13: 00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2010년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나갔던 삼성은 2011년부터 작년까진 4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통합 4연패를 이뤘다. 그리고 올해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위업을 쌓았고,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하면 전무후무한 통합 5연패가 된다.
"2010년대를 삼성의 시대로 만들겠다"던 류중일 삼성 감독의 호언장담은 현실이 됐다. 삼성 왕조는 공고했고, 경쟁팀들의 끊임없는 도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매년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지만 모두 무사히 넘겼던 삼성에 역대 가장 강력한 위기가 찾아왔다. 야구단의 위기라고 한다면 주축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는 것, 부상 때문에 못 나오면 치료와 재활을 하면 된다. 그렇지만 해외 원정도박 혐의자가 삼성 구단에서 나오면서 이번에야말로 큰 도전에 직면했다.
처음 이 소식이 알려졌을 때 침묵을 지켰던 삼성은 지난 20일 밤 김인 사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 사장은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은 최근 소속 선수의 도박 의혹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은 삼성 마운드에서 큰 전력을 차지하고 있다. 10개 구단 중 가장 탄탄한 선발진을 자랑했던 삼성이었기에 선발투수 1명의 공백은 어떻게든 채울 수 있지만, 최근 몇 년동안 점점 약해졌던 불펜은 이번 사건으로 너무나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
위기는 곧 기회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삼성 마운드는 세대교체가 필요했다. 그동안 성공적으로 점진적 세대교를 거듭했던 삼성은 큰 도전에 직면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번 한국시리즈 뿐만 아니라 내년 시즌까지 걱정을 해야 한다.
삼성 마운드에서 선수들이 빠진 자리는 새로운 얼굴들이 채워야 한다. 한국시리즈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을지도 모를 선수들이 이번에는 등장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큰 무대에 등판하는 건 선수 기량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삼성으로서는 마운드에서 새로운 얼굴을 발굴, 경험을 주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삼성이 2010년대 최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배경은 완벽한 투타조화였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은 3.98, 팀 타율은 2할8푼2리로 모두 리그 1위였다. 팀 타율은 2위 두산과 1리(.281)밖에 차이가 안 났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2위 SK(4.25)와 큰 차이가 있었다. 2010년대 유일한 3점대 팀 평균자책점은 바로 삼성이다.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삼성이 이번 위기도 넘길 수 있을까.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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