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두산 좌완의 역사를 다시 쓴 유희관(29, 두산)이 악몽의 포스트시즌을 보내고 있다. 2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대권 도전에 나선 두산의 근심거리로 떠올랐다.
유희관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2⅓이닝 동안 6피안타 1탈삼진 4실점으로 무너졌다. 아웃카운트 7개를 잡는 동안 투구수는 무려 64개였다. 전체적으로 구위가 떨어져 있는 모습으로 정규시즌의 맹위를 기대했던 벤치와 팬들을 허탈하게 했다. 이런 유희관의 조기강판은 결국 후속 투수들의 교체 타이밍을 꼬이게 했고, 두산의 교체가 줄줄이 실패로 들어가며 무려 2-16 대패의 발단이 됐다.
휴식일도 충분했고 의지도 강했다. 유희관으로서는 이를 악물고 나올 만한 경기였다. 유희관은 지난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4이닝 동안 7피안타(2피홈런) 4사사구 3실점으로 좋지 못한 내용을 보여준 끝에 선발의 최소 임무인 5이닝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두산이 3승1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마음의 짐은 덜었지만 올 시즌 18승을 거둔 유희관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한 경기였다.

상대는 달랐지만 설욕 의지를 장전하고 나온 유희관이었지만 이날도 좋지는 못했다. 1회부터 실점이 나왔다. 선두 박민우에게 좌익수 뒤 2루타를 맞은 것에 이어 이어진 1사 3루에서는 나성범에게 희생플라이를 맞고 1점을 허용했다. 2회는 꾸역꾸역 실점을 막아냈지만 3회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좌타자 승부에 완전히 실패했다. 박민우 김종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나성범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테임즈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두산 벤치는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유희관을 더 이상 마운드에 남겨두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 투수 노경은도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유희관의 자책점은 불어났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NC에 3회 4점을 내주며 경기에서 끌려갔고 이를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구위는 정규시즌 한창 좋았을 때는커녕 평균도 미치지 못했다. 이날 유희관의 빠른 공 평균구속은 133㎞에 그쳤다. 원래 공이 빠른 선수는 아니었지만 상대에 위압을 주기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특유의 장점인 제구까지 흔들렸다. 스트라이크존을 꽉 채우는 송곳 피칭도 무뎌보였다. 공은 자꾸 가운데로 몰렸다. 속도 자체가 위력적이지 않은 유희관이 공이 맞아나갈 수밖에 없었다.
유희관은 이날 경기 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6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했을 정도로 가을이 무서운 선수는 아니었다. 시즌 막판부터 구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산 것은 변수였다. 유희관은 9월 6경기에서 2승을 거뒀으나 평균자책점이 8.89까지 치솟았다.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공끝이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들어 그런 평가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스와잭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두산 선발진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포스트시즌도 여기서 끝날 수 있는 위기에 몰렸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