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 가능한 포수가 사실상 최재훈(26) 하나인 두산 베어스 안방이 양의지(28)의 부재를 실감했다. 최재훈은 공에 맞은 아픔도 참고 뛸 수밖에 없었다.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포수로 홈 플레이트를 지킨 것은 최재훈이었다. 두산은 선발 유희관을 비롯한 마운드 전체가 안정적인 피칭을 하지 못해 2-16으로 대패했는데, 경기 중 양의지의 부재도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3회초 바운드되어 들어오는 노경은의 낮은 공에 블로킹을 시도하다 폭투가 됐을 때 최재훈은 오른발에 공을 맞았고,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보이자 벤치에서 트레이너와 유지훤 수석코치가 달려나왔다. 동시에 홍성흔은 몸을 풀었고, 포수 장비까지 찼다. 이날 경기 전 김태형 감독은 "최악의 경우 홍성흔이 포수로 출장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하지 않은 것은 돌발 상황에 대비한 포석이기도 했다.

이닝이 끝난 뒤 최재훈은 약간 절뚝이며 벤치로 들어갔지만 교체는 없었다. 그리고 경기 끝까지 마스크를 쓰고 홈 플레이트를 지켰다. 경기가 절반 이상 남은 상황이었기에 아프다고 해서 섣불리 교체하기도 어려웠다. 양의지가 부상을 당하면 최재훈이 있지만, 최재훈이 아프면 그 뒤를 책임질 포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날 두산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난조를 보였기에 최재훈의 리드를 제대로 평하기는 어렵다. 다만 도루 저지에서는 자신의 정규시즌 평균(도루 저지율 .333)과 같은 기록을 냈다. 1회초 박민우, 4회초 에릭 테임즈의 도루를 막지 못한 최재훈은 6회초 2루로 뛰던 김종호를 잡아 이닝을 끝냈다.
웬만하면 최재훈이 아닌 홍성흔이 마스크를 쓸 일은 없다는 것을 김 감독이 재확인시킨 만큼 최재훈 타석에 대타가 들어서는 것은 경기 전부터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타 작전을 활용할 수 있는 카드(데이빈슨 로메로, 홍성흔 등)는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들이 들어갈 자리나 상황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우려한 바와 달리 타격에서는 첫 타석부터 득점의 출발점이 되는 안타가 나왔다. 최재훈은 2회말 2사에 손민한의 공을 받아쳐 3루수 지석훈 옆을 빠르게 통과하는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이 안타를 기점으로 두산은 정수빈의 3루타, 2루수 박민우의 송구 실책을 묶어 2득점해 2-1 역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두산의 유일한 리드 상황이었다. 이후엔 안타 없이 3타수 1안타로 경기를 마쳤지만, 4회말 좌익수 플라이가 된 타구는 꽤 날카로웠다.
우측 엄지발가락 미세골절 진단을 받은 양의지는 진통제를 맞더라도 뛰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지만, 4차전에서도 선발 포수는 최재훈이 될 것이 유력하다. 3차전에서도 드러났듯 아파도 홍성흔이 포수로 출전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것이 두산의 생각이다. 양의지가 없는 만큼 두산은 최재훈의 몸 상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