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하며 시리즈 우위를 점하려 했던 두산이 무너졌다. ‘악몽의 7회’가 그 중심에 있었다. 마운드와 수비는 급격하게 흔들렸고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며 와르륵 무너졌다. 한 번 밀린 기세는 벼랑에 몰렸고 결국 플레이오프 최다 점수차 패배의 굴욕을 당했다.
두산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회와 7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2-16으로 무너졌다. 1차전에서 더스틴 니퍼트의 완봉 역투에 힘입어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던 두산은 2차전에서 승부처에서 무너지며 역전패를 당한 것에 이어 3차전까지 내주며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선발 유희관이 자신의 몫을 하지 못했고 3회 두산 벤치의 조기 승부수였던 노경은도 실점을 최소화하는 데는 실패하며 2-5로 끌려가던 두산이었다. 그래도 희망은 충분했다. 노경은이 악전고투한 4회를 넘어 6회 2사까지 무실점으로 NC 타선의 발목을 붙잡았다. 점수는 3점차에, 상대 선발 손민한도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강판된 상황이었다. 오히려 초조한 쪽은 도망가지 못한 NC였다. 두산도 한 방이면 경기 흐름을 돌려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7회가 문제였다. 피안타는 단 2개였지만, 선수들이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듯한 플레이로 결국 대량실점을 허용했다. 6회 2사에 올라온 함덕주가 7회 초반 승부에 실패했다. 2차전에서 역전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던 함덕주는 이날도 당시의 부진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믿었던 카드가 처음부터 엇나간 두산의 7회는 어렵게 풀려갔다.
NC는 나성범 테임즈로 이어지는 타순이었다. 함덕주는 팀 불펜에서 가장 믿을 만한 셋업맨이었을 뿐만 아니라 올 시즌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이 2할1푼6리로 좋은 편이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함덕주는 선두 나성범에게 초구 승부를 너무 쉽게 한 것이 화근이 돼 우전안타를 맞았다. 이어 테임즈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이호준의 타석 때는 제구가 흔들리며 손가락을 맞힌 끝에 무사 만루에 몰렸다.
함덕주가 또 하나의 좌타자 이종욱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여기서 두산 벤치는 우타자 손시헌을 맞아 오현택을 투입했다. 그러나 오현택도 적극적인 승부를 하지 못했다. 먼저 2S를 잡고도 손시헌의 배트를 유인하는 데 실패한 채 결국 밀어내기 볼넷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코너에 몰려 있었던 손시헌을 잡지 못한 것은 결국 대량실점으로 이어졌다.
두산은 지석훈을 대신해 NC가 좌타자인 조영훈을 대타로 쓰자 이번에는 다시 좌투수 진야곱을 올렸다. 여기서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좌익수, 중견수, 유격수 사이에 뜬 타구를 뒷걸음치던 김재호가 포구에 실패했다. 체공 시간이 꽤 긴 타구였지만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그 사이 테임즈가 홈을 밟았다. 사실상 승패는 여기서 갈렸다.
흔들린 진야곱은 김태군에게 다시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고 박민우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무너졌다. 두산은 8회에도 투수 교체 후 실점의 불안한 공식을 이어가며 아쉬움을 남겼다. 14점차 패배는 역대 포스트시즌 기록(2009년 SK-두산, 14-3 승리)을 넘어서는 불명예 기록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