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빠지게 던지라고 했다. 정말 그런 자세로 던지더라".
NC 최일언 투수코치는 플레이오프 전 투수들과 미팅에서 "여러분은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하라. 하지만 여기 있는 손민한 선배는 다르다. 이미 배울 만큼 배웠다"고 말했다. 그 대신 최 코치가 손민한에게 주문한 것은 딱 한 가지. "어깨 빠지게 한 번 던져보라". 불혹의 베테랑 투수에게 특별한 가르침은 필요 없었다.
NC 최고참 투수 손민한(40)에게 플레이오프 3차전은 야구 인생 영광의 날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등판한 손민한은 5이닝 3피안타 3볼넷 1사구 2실점(1자책) 역투로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40세9개월19일) 승리투수 역사를 썼다. 개인적으로도 포스트시즌 첫 선발승.

롯데 에이스로 군림하던 지난 2008년 삼성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이후 7년만의 가을야구 선발등판. 최일언 코치는 "손민한은 등판 날짜만 맞춰주면 알아서 하는 투수다. 원래는 이재학을 3차전 선발로 생각했지만 컨디션이 안 좋았다. 반면 손민한은 제구가 되고, 연습 때에도 볼끝이 좋았었다"고 설명했다.
김경문 감독 역시 손민한의 경험과 컨디션을 믿고 과감하게 3차전 선발로 내세우는 결단을 내렸다. 손민한은 믿음을 얻고 투혼을 던졌다. 최고 구속이 144km까지 나왔고, 6회 공 2개를 던지고 물러날 때 오른손 검지에 물집이 잡혔다. 살갗이 벗겨져 더 이상 던질 수 없는 상태, 그의 투구수는 77개였다.
최 코치는 손민한의 손가락 물집에 대해 "어깨 빠지게 던지라고 했는데 정말 그런 자세로 던지더라. 컨디션 안 좋을 때 구속이 130km대로 떨어지는데 오늘은 구속이 144km까지 나올 정도로 빨랐다. 손가락 물집이 까지 건 그만큼 열심히 던졌다는 것이다"고 의미를 말했다. 정말 어깨 빠지게 던진 결과다.
만 40세의 손민한은 정규시즌에 역대 최고령 10승 투수가 됐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최고령 승리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언제 마지막이 되어도 이상할 게 없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가을야구 선발등판에서 그는 손가락 물집이 벗겨질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손민한은 "3~4일 정도 지나면 물집은 다 나을 것이다. 체력적으로는 항상 힘들지만 4~5차전이 남아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끌고 가려 했는데 물집이 잡혔다. 더 던지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올해 우리팀이 잘되고 있는 건 손민한처럼 고참 선수들의 힘이 크다"고 치켜세웠다. 손민한의 손가락 물집과 투혼이 그 증거다. /waw@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