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라.
1996년 해태는 위기였다. 타이거즈 왕조를 이끈 대들보 선동렬은 1996년 주니치에 입단했다. 김성한도 유니폼을 벗었다. 꼴찌후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와이에서 선수들의 항명사태가 일어났고 개막 이후 한때 꼴찌까지 추락하는 갈지자 행보를 했다. 그러나 해태는 4월말부터 상승세에 올라타면서 1위까지 질주했다. 당당히 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야구천재 이종범과 군기반장 이순철이 있었고 새로인 에이스 이대진, 에이스급 구위를 자랑했던 조계현 이강철, 김정수, 새로운 소방수 임창용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선동렬 김성한 없다고 야구 못한다는 말을 듣지 말자"며 더욱 똘똘 뭉쳤고 1997년까지 2년 연속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2012년 LG 김기태 신임 감독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막판 치명적인 돌발변수를 만났다.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며 이탈했다. 이들은 1선발과 4선발 투수였다. 밤잠을 설치고 마련한 시즌 운용 계획은 휴지조각이 됐다. 앞선 스토브리그에서 조인성, 송신영, 이택근이 FA 자격을 얻어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2011시즌 주전 5명이 빠진 치명적인 전력 손실이었다.
그러나 LG는 선전했다. 비록 4강에 들지 못했지만 6월 한때 2위에 오를 정도로 잘했다. 비록 6월말 6연패, 7월초 7연패에 빠지면서 7위로 낙마했지만 LG의 선전은 이듬해 정규리그 2위와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의 밑거름이 됐다. 이때도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선수들의 팀워크와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삼성은 2015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상상불가의 전력손실이 생겼다. 마카오 도박 의혹을 받는 주축 투수들을 모두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선발과 불펜에서 핵심적인 투수들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통합 4연패는 이룰 수 없었다. 통합 5연패도 빨간불이 켜졌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초유의 사태에 선수단 전체에 감도는 위기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해태와 LG의 예처럼 선수들은 위기에 몰리면 결속력이 커지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그들 없이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절실함이 생겨난다. 더욱이 삼성 선수들은 풍부한 큰 경기 경험과 자부심이 있다. 막강 타선도 건재하다. 실무적으로는 마운드의 가용자원을 잘 활용해야겠지만 남은 자들의 자존심이 커다란 무기가 될 것이다. 삼성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인지 주목된다. /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