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에는 올 시즌이 굉장히 특별한 해였다.
영화 '백투더퓨처'를 보면 1985년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2015년 10월 21일에 도착해, 컵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현지시간으로 딱 그날 컵스가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는 비극 같은 일이 일어났다.
컵스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1회부터 4점을 내주며 끌려간 끝에 3-8로 패배, 시리즈 전적 4연패로 월드시리즈 진출 티켓을 메츠에 내줬다. LA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올라온 컵스는 허무하게 포스트시즌을 마감했다.

컵스는 끝내 '염소의 저주'가 '백투더퓨처'의 예언을 이긴 셈이 됐다. 컵스의 마지막 우승은 1908년. 1945년으로 알려진 염소의 저주 70주년을 맞아 이를 끊으려던 컵스였지만 저주는 예상보다 강력했다. 컵스는 1945년이 마지막 월드시리즈 진출이다.
컵스에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이름이 바로 '머피'가 됐다. 1945년 염소 주인이 "리글리필드에서 다시는 월드시리즈를 하지 못한다"는 저주를 내릴 당시 염소 이름이 머피라는 것.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 메츠 내야수 대니얼 머피가 시리즈 1차전부터 전 경기 연속 홈런을 치는 등 컵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강하게 방해했다.
컵스는 4차전에서 선발 제임스 하멜의 호투를 기대했으나 하멜은 1회부터 루카스 두다와 트래비스 다노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고 2회 1사 1루 머피의 타석에서 결국 강판됐다. 머피는 8회 쐐기 투런 등 4안타(1홈런)을 몰아치며 컵스의 추격 기세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지난 시즌까지 7전4선승제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연패 후 4연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팀은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한 팀에 불과했다. 컵스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저주 대신 2004년 보스턴의 기적을 꿈꿨으나 월드시리즈 진출은 컵스에게 있어 '백투더퓨처'보다 더 은막 속 영화 같은 일이었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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