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강속구 투수 이민호(22)는 부산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롯데 야구를 보고 자랐다. 롯데에서 전성기를 구가한 NC 최고참 투수 손민한(40)은 그에게 우상이다.
NC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상과 함께 하고 있는 그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의미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손민한의 포스트시즌 첫 선발승과 역대 최고령(40세9개월19일) 승리투수 기록에는 이민호의 특급 구원이 있었다.
3차전 선발로 발탁된 손민한은 경기 초반 난조를 딛고 5이닝 3피안타 3볼넷 1사구 2실점(1자책) 역투를 펼쳤다. 그러나 6회 첫 타자 최주환에게 2개의 공을 던진 뒤 오른손 검지에 문제가 생겼다. 물집이 잡혀 살갗이 벗겨지고 만 것이다. 손민한은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5-2로 리드하고 있었지만 두산의 방망이를 감안하며 3점차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때 손민한과 NC를 구원한 것이 바로 이민호였다. 경기 초반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며 두 번째 투수로 대기하고 있었던 이민호는 손민한의 갑작스런 강판에도 흔들림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최주환을 2루 땅볼, 박건우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뒤 김재호를 139km 고속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7회에도 최재훈을 유격수 땅볼로 잡은 뒤 정수빈을 142km 고속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요리, 1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홀드를 기록했다.
이민호는 "갑자기 등판했지만 계속 준비를 하고 있어 바로 던지는 데 문제없었다.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했다"며 "손민한 선배님의 승리를 지켜주고 싶었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 선배님이 '편안하게 생각하고 자신 있게 하라'고 하셔서 잘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민한 선배님 투구를 보며 역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불혹의 나이이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로 가을야구 선발로 투혼을 불살랐다. 경기 초반 위기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최고 144km 강속구를 구사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민호의 활약도 대단하다. 1차전에서도 두 번째 투수로 나와 1⅓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이민호는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 행진. 최고 150km 강속구와 함께 고속 슬라이더가 빛을 발하고 있다. NC 김경문 감독도 "지금 우리 불펜 중에서 이민호가 가장 좋은 볼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경험이 도움이 된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기쁨을 많이 가라앉히고 던지고 있다"고 달라진 점을 밝혔다. 지난해 LG와 준플레이오프 4경기 2이닝 5실점 평균자책점 22.50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지만, 두 번째 가을야구는 다르다. 이민호가 가을야구 NC 불펜의 확실한 대들보로 떠올랐다. /waw@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