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벤치에서도 수를 준비하고 있겠죠. 우리도 나름 작전을 세웠습니다. 1차전처럼 당하지는 않겠죠."
22일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둔 잠실구장. NC 다이노스 더그아웃은 활기가 넘쳤다. 전날 경기에서 16-2로 대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분위기가 미리부터 감지됐다. 이날 NC가 상대해야 할 두산 베어스 선발투수는 더스틴 니퍼트였다. NC 야수 최고참 이호준은 "1차전처럼 니퍼트한테 또 당하진 않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다.
NC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니퍼트에게 처절하게 당했다. 고작 안타 3개만 치고 1차전 완봉패를 헌납했다. 니퍼트는 114개의 공을 1차전에서 던졌는데, 두산이 2차전과 3차전을 내주면서 4차전에 딱 3일만 쉬고 다시 나서게 됐다. 상식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두산 김태형 감독도 경기 전 "100개 전에 끊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은 "오늘도 니퍼트는 (1차전처럼) 똑같이 던질 것 같다"면서도 "벤치에서 수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나름 작전을 세웠는데 벌써 공개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 작전이란 투구수를 늘리는 것이다. "일단 스트라이크 2개 먹고, 자꾸 커트하면서 투구수를 늘리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호준은 나름대로 작전을 세웠고, 실제로 니퍼트를 상대로 최대한 많은 공을 봤다. 하지만 나머지 8명의 타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빠른 타이밍에 니퍼트의 공을 공략했는데, 모두 구위에 눌려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NC의 생각보다 니퍼트는 훨씬 좋은 공을 던졌다. 투혼으로 마운드를 지킨 니퍼트는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
니퍼트는 철저하게 투구수 관리를 했다. 1회 첫 타자부터 5연속 직구를 던지면서 정면승부를 펼쳤다. 직구 구위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고, 어떻게 보면 많은 공을 던질 수 없는 니퍼트의 하나뿐인 선택지였다.
NC도 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니퍼트의 공이 너무 좋았다. 일단 커트를 하기조차 힘들었고, 제구까지 좋아 무작정 공을 고르다가는 순식간에 불리한 카운트로 몰렸다. NC 타자들은 1회 12개, 2회 13개, 3회 14개, 4회 7개, 5회 11개, 6회 10개의 공만 봤다. 6회까지 니퍼트의 투구수는 고작 67개였다. 이 중 이호준만이 첫 타석 7구, 두 번째 타석 6구 승부를 펼쳤을 뿐이고 나머지 타자들은 5구 내에 타격을 했고 결과도 좋지 않았다.
NC는 6회말 3점을 먼저 내준 뒤에야 작전을 바꿨다. 7회초 김성욱이 공 5개를 봤고, 나성범은 계속 커트를 해가며 니퍼트가 공 9개를 던지게 했다. 그리고 테임즈가 공 5개를 보면서 7회 투구수 19개를 기록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모두 범타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만큼 니퍼트의 구위는 3일을 쉰 투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니퍼트를 넘지 못한 NC는 결국 4차전을 0-7로 내주고 말았다. 이제 한국시리즈 티켓은 최종 5차전에서 결정된다. /cleanupp@osen.co.kr
[사진]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