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라는 말로도 설명이 부족했다. 더스틴 니퍼트(34)가 두산 베어스를 구했다.
니퍼트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 동안 볼넷 없이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했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상대 선발 에릭 해커를 압도한 니퍼트는 팀의 7-0 승리 속에 승리투수가 됐다.
휴식일이 짧았던 점을 감안해 이날 86구만 던진 그는 1차전 포함 총 200구로 16이닝을 막았다. 아직까지 KBO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에 없었던 2경기 연속 완봉승에 도전하지는 못했지만 두 차례 완봉에 버금가는 역투였다. 두산은 니퍼트를 앞세워 2승 2패를 만들고 마산에서 NC와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처음부터 힘으로 타자를 누르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엿보였다. 1회초 선두타자 박민우와의 승부가 상징적이었다. 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니퍼트는 3구째에 포심 패스트볼(전광판 기준 148km)을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꽂아 루킹 삼진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후에도 니퍼트의 피칭은 환상 그 자체였다. 3일만 쉬고 나온 투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니퍼트는 힘과 제구가 동반된 투구를 했다. 구위가 워낙 좋아 그냥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공을 집어넣기만 해도 NC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지는 못했다. 의도적으로 정교한 로케이션을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 듯한 인상이었지만 철저하게 정면승부를 한 덕분에 볼넷 허용은 하나도 없었다.
이날 NC는 1번부터 4번까지 전원 좌타자(박민우-김종호-나성범-에릭 테임즈)로 구성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3차전과 같았다. 니퍼트는 좌타자를 상대로 포심을 결정구로 가져가며 힘으로 눌렀다. 우타자들을 맞아서는 밑으로 가라앉으며 바깥쪽으로 예리하게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보이는 슬라이더를 활용해 헛스윙을 유도했다.
86구를 던진 니퍼트는 포심(47개)을 바탕으로 체인지업(20개), 슬라이더(14개)에 커브(5개)까지 간혹 섞었다. 최고 구속은 154km에 달했고, 1회초부터 지속적으로 140km대 후반~150km대 초반의 위력적인 공이 홈 플레이트로 날아들었다. 충분한 휴식만 주어졌다면 포스트시즌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2경기 연속 완봉승에 도전해볼 수 있을 구위와 페이스였다.
아직 5차전, 그리고 한국시리즈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2015년 가을의 최고 투수는 현재까지 니퍼트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패는 없었지만 7이닝 2실점 호투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린 니퍼트는 플레이오프 들어 16이닝 무실점으로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5차전에는 던질 수 없겠지만 에이스가 살려낸 분위기는 마지막까지 팀을 지탱할 수 있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