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끝에 마무리 이현승(32)에게 2이닝을 맡긴 두산 베어스가 승리를 지켜냈다.
이현승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8회초에 등판해 2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했다. 7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역투를 펼친 니퍼트의 뒤를 이어 경기를 마무리한 이현승의 활약이 더해지며 두산은 7-0으로 승리해 시리즈를 다시 마산으로 끌고 갔다.
마운드에 올랐을 때 분위기는 이미 두산의 것이었다. 니퍼트가 7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완전히 묶어뒀고, 타선은 6회말 0-0의 팽팽한 균형을 깬 것을 시작으로 이현승 등판 이전에 4-0 리드를 안겼다.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2이닝을 막아주기만 하면 만사형통인 상황. 김태형 감독은 최대 3이닝까지 맡길 수 있다고 했다. 두산의 불펜 걱정이 드러나는 상황. 하지만 니퍼트가 워낙 완벽한 피칭을 해줘 그럴 일은 없었다.

8회초 모든 아웃카운트는 삼진으로 만들어냈다. 이현승은 선두 이호준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지만 대타 최재원을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했다. 이어 손시헌까지 삼진. 후속타자 지석훈에게 불운의 내야안타를 내줬으나 대타 모창민까지 삼진으로 돌려세워 NC의 대타 카드 2개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9회초에는 2사에 나성범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실점은 없었다.
지난해까지 소속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른 적이 단 두 번(2006 현대, 2010 두산)에 불과했고,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것도 아니라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현승은 숨겨진 가을사나이였다. 1승 2세이브로 MVP를 수상한 이번 준플레이오프 기록까지 합하면 그는 포스트시즌 통산 13경기에서 2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0.66(13⅔이닝 2실점 1자책)을 찍은 특급 좌완이었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첫 해인 5년 전 플레이오프에서 남긴 인상도 강렬했다. 당시 이현승은 팀이 치른 5경기에 모두 등판해 7이닝을 소화하며 5피안타 11탈삼진 3볼넷 2실점(1자책) 호투했다. 특히 5차전에선 손시헌의 끝내기 실책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되기는 했으나 이현승의 3⅔이닝 1피안타 7탈삼진 1볼넷 무실점 쾌투는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좀처럼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아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한 번도 던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지만 이현승은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차전에서 나왔던 투수마다 공략당하며 불펜 고민이 컸던 두산은 막강한 선발 니퍼트에 이은 이현승 카드로 마운드 고민을 지웠다. 마산으로 가겠다는 두산의 계획은 이현승의 손으로 마무리됐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